매출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이익을 늘리기 어려웠던 SPC그룹이 핵심 계열사의 사업과 경영진을 손보고 있다. 외형 확대에 집중했던 성장 방식에서 수익과 성장성을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호 삼립 대표, 강신봉 파리크라상 대표 내정자. SPC그룹이 매출 확대에서 수익성 중심 성장으로 전환하며 계열사별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일 SPC그룹의 최근 인사와 삼립의 대표 주관 기업설명회(IR)를 종합하면 핵심 계열사들이 각자의 사업 특성에 맞춰 성장 방식을 다시 짜고 있다. 삼립에서는 정인호 대표가 중장기 전략을 직접 제시하며 해외 사업 확대와 국내 사업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에서는 소비자·플랫폼 경험을 갖춘 강신봉 내정자를 앞세워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매출 규모에 비해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진 수익 구조가 있다. 상미당홀딩스(구 파리크라상)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보면 SPC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4년 5조6244억 원에서 지난해 5조5693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70억 원에서 306억 원으로 65%가량 감소했다. 매출 규모는 5조 원대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5% 수준에서 0.5% 수준으로 낮아졌다.
◆삼립, 해외에서 키우고 국내에서는 수익성 따진다
핵심 계열사인 삼립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삼립의 매출은 2014년 1조1076억 원에서 2025년 3조3705억 원으로 세 배 넘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69억 원에서 387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23%에서 1.15%로 낮아졌다. 2025년 영업이익은 38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9%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삼립은 '수익을 만드는 사업'을 키우는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정인호 대표는 지난달 29일 IR에서 앞으로 18개월을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과 성장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별도 기준 매출 2조1107억 원, 영업이익 1700억 원, 영업이익률 8%를 목표로 내걸었다.
전체 실적을 좌우할 국내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특히 중요하다. 삼립의 2030년 연결 영업이익률 목표는 4.4%로 별도 기준 8%보다 낮다. 국내 사업이 올해 전체 매출의 95%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국내 사업에서 얼마나 이익을 남기느냐가 연결 실적 개선의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매출 규모보다 사업별 수익성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다. 2025년 삼립 매출의 51%를 차지한 식자재 유통 자회사 GFS의 영업이익률은 0.1%에 그쳤고 식품사업은 영업손실 55억 원을 냈다. 반면 베이커리는 매출 비중이 26%지만 영업이익률은 4%를 기록했다. 매출을 많이 만드는 사업과 이익을 많이 만드는 사업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가 삼립의 핵심 과제로 나타났다.
이에 식품사업은 샌드위치·샐러드 등 성장 분야를 강화하면서 저당·건강 소스 기업 간 거래, K-소스, 간편식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육가공은 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재편해 연간 약 25억 원의 손익 개선을 추진하고, 비핵심 사업 정리 등을 통해 추가로 140억 원의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잡았다. 매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구조를 손질해 이익 기여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반대로 수익성이 높은 성장 축을 키운다. 해외 매출은 현재 약 750억 원에서 2030년 5천억 원으로 늘리고 글로벌 사업 영업이익률을 20%까지 높인다. 미국 코스트코를 시작으로 판매 국가와 채널을 확대해 코스트코 매출을 올해 300억 원에서 2030년 1500억 원으로 늘리고, 취급 점포도 300곳에서 900곳 이상으로 확대한다. 수출 생산라인은 3개에서 10개로 늘리고 400억 원을 투자한다.
◆파리크라상, 소비자 접점 넓혀 성장 방식 바꾼다
파리크라상도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1조978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260억 원으로 16.6%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3%에 그쳤고, 당기순손익은 2024년 319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423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파리크라상은 파리바게뜨를 중심으로 국내 베이커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미국·중국·싱가포르·베트남 등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넓혀왔다. 파스쿠찌·리나스·패션5 등 외식·카페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브랜드와 시장에서 매출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소비자의 수요를 직접 파악하고 이를 판매와 사업 운영에 연결하는 방식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파리크라상은 수익성 과제와 함께 소비자 접점과 사업 방식을 바꾸는 움직임도 시작했다. 강신봉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한 것도 이런 변화의 한 축이다. 강 내정자는 이베이에서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 전자상거래 사업을 맡았고, 요기요 대표를 거쳐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D2C(소비자 직접 판매)센터장을 지냈다. 삼성전자에서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경험과 마케팅을 고도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강 내정자에게는 소비자 데이터를 판매와 사업에 연결해 기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역할이 기대된다. 파리크라상도 강 내정자의 플랫폼·소비자·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와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내정자의 선임은 기존 도세호 대표가 취임한 지 11개월여 만이라는 점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도 대표는 상미당홀딩스 협의체 의장직을 유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파리크라상은 새 대표에게 소비자·플랫폼·글로벌 사업 경험을 맡기면서 기존 사업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