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에 걸친 검찰개혁 추진 끝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문을 열었다.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인 '수사-기소 분리'가 조직체계로 완성되는 셈이다.
일찍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12·3 내란을 거치며 '헌정질서 회복'의 핵심 과제로 내걸고 집권했다. 검찰개혁은 내란 극복의 한 축을 이룬다.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현 정부 출범의 정당성의 한 축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지지적이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중수청 로비 앞에서 현판 제막과 함께 개청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수사 기능을 담당하는 중수청과 기소·공소유지를 맡는 공소청이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문을 닫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수청·공소청 출범을 두고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던 시대를 마무리하고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새로운 형사사법 체제가 시작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문재인 정부를 거쳐 추진된 검찰개혁이 현 정부에서 결실을 맺었다며 "불가역적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내건 수많은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헌정질서 회복·성장·행복'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고, 검찰·사법개혁 완수는 이 가운데 첫번째인 '내란 위기 극복을 통한 헌정질서 회복'의 구체적 과제로 들어갔다. 경제 성장이나 민생 개선과 함께 국정 운영의 큰 축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12·3 내란 이후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권력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집권 명분과 검찰개혁을 곧장 연결되는 사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4년 1월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부터 검찰개혁의 강조해왔다. 그는 2024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시 국민의힘이 내세운 '운동권 청산'에 맞서 "지금 청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 독재"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3년 피의자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하면서도 윤석열 정부를 '검사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검찰권의 정치적 행사가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2·3 내란 이후 시민의 검찰개혁의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은 정권교체 이후 반드시 완수해야 할 상징적, 실질적 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검찰개혁의 수사·기소 분리를 '역사적 과제'로 규정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만 약 9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가 추진됐고, 2021년부터 검사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동시에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됐다. 2022년에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축소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이른바 '검수원복'을 놓고 민주당과 정부·검찰이 다시 충돌했다. 이후 정권이 교체되자 이재명 정부는 검찰청 자체를 폐지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검찰이 한 조직 안에서 행사하던 직접 수사와 기소 기능을 각각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갈라놓으면서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진 수사·기소 분리 구상이 마침내 별도 기관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진 만큼 중수청의 안착은 여권에 절실한 과제가 됐다. 이제는 검찰 수사권 일부를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청 자체를 없앤 만큼, 중대범죄 수사에 차질이 벌어직나 사건 처리 지연 등으로 국민 불편이 이어진다면 '검찰청까지 폐지한 것이 옳았느냐'는 논란으로 곧장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출범 직전까지 "수사 역량과 공정성, 피해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첫 출발부터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 중수청은 총정원 2874명의 66.1%인 1900명으로 업무를 시작하고,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도 아직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며 기능을 단계적으로 갖춰야 한다. 초대 중수청장도 임명되지 않아, 일각에서는 '개문 발차'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9월17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의 정체성도 과제다.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인 김지용 전 검사장은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반대했던 인물이다. 여권 일각의 반발에도 이 대통령은 추가 검증을 거쳐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아직 국회 청문회가 남아 있다. 중수청 차장과 6개 지방중수청장 등 첫 1급 지휘부 7명 역시 검사 출신 4명과 판사 출신 3명으로 구성됐다.
결국 중수청은 중대범죄 수사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검찰의 권한 집중과 폐쇄적 조직문화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9년 동안 정치적 충돌을 거쳐 검찰청까지 없앤 뒤 만든 조직인 만큼 수사 공백을 낳거나 '또 다른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면 여권 전체는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요컨대 이재명 정부는 검찰개혁을 내란 위기 극복과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집권 명분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중수청의 안착 자체가 검찰개혁의 성적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보여준 개문발차는 이재명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큰 만큼, 중수청 실험의 실패는 여권에 치명상이 될 뿐 아니라 검찰 개혁을 요구한 시민들의 염원에 대한 배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