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그동안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원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25년 12월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원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 임신중지 약물은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약물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허가가 신청됐다.
원 장관은 이번 약물의 '합법화' 과정에서 임신중지 약물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며 범부처 논의를 이끌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장관 취임 이전부터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여성 건강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앞서 원 장관은 2025년 9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시절 "미프진(임신중지약) 도입에 대해 여가부가 소관 부처는 아니지만, 여성의 건강 문제에는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바람을 잘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고, 여성의 입장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이다.
실제 원 장관은 장관 임명 이후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는 2025년 12월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관련해 여성의 입장을 타 부처에 제대로 알리고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것이 성평등가족부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하면서, 의학적·안전성 기준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담당하고 여성계와의 소통은 성평등가족부가 맡는 방식의 역할 분담에 나설 것이라 설명했다.
무엇보다 원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7월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 개정을 기다리다가는 미프진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해외 사례를 근거로 허가 사항과 제품설명서, 관련 지침 등을 통해 약물의 사용 기준을 마련하는 방식을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장관의 이런 주장에는 임신중지와 관련한 장기간의 입법 공백이 배경이 됐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7년 넘게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임신중지의 허용 기준과 처벌 조항, 의료진 보호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정비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를 통한 임신중지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인순·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도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현재까지 본격적인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약물 도입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발생한 현실적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식적으로 허가된 임신중지 약물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여성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구매하거나 불법 유통 경로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약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임신중지 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판매 및 알선 광고 적발 건수는 3189건에 달했다. 특히 SNS를 통한 적발 건수는 2021년 26건에서 지난해 313건으로 약 12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