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중지 약을 ‘마약’에 빗댔다. 이에 한성숙 총리는 정부가 여성의 건강을 7년간 방치했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불과 이틀 전 국회에서 벌어진 논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취재진에서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16일 먹는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 9주 이하를 대상으로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초기 2년간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윤용근 국민의힘(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추진을 두고 “마약을 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단속을 해야지 그렇다고 마약을 합법화시키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마약을 풀어버리자는 것과 낙태 약물을 불법 수입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낙태 약물을 아예 풀어버리자는 게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윤 의원은 ‘10주 된 태아의 발 크기’를 본뜬 배지를 달고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윤 의원은 임신중지 약물을 복용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잠들고 있는 하얀 침대가 피로 물들게 된다”며 “그 안에 죽은 태아의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법제화를 기다렸다가 해도 늦지 않는 문제”라며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장관도 여기 계신 모든 국회의원들도 우리 모두 태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운 좋게 낙태당하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뿐”이라며 “태아 생명부터 지키는 그런 정부가 되기를 간곡히 당부드리겠다”고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며 “여성의 건강 부분에 있어서 지금까지 정부가 7년간 방치한 부분에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이후 관련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중지를 둘러싼 법·제도적 공백이 이어져 왔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정기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방송
윤 의원의 발언을 두고 여성단체는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5일 논평을 내고 “여성의 몸을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삼지 마라”며 “여성의 건강권을 외면한 국회의원의 저열한 인권·성인지 감수성에 경악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검증된 의약품을 마약에 빗대는 것은 단순한 표현의 오용이 아니다”며 “의약품과 마약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무지이거나, 여성의 몸을 정치적 선동의 소재로 삼으려는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한국에서 진정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검증된 의약품을 제도권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것인가, 아니면 임신중지 의약품을 사각지대에 방치하여 여성들이 출처와 성분이 불분명한 약물을 불법으로 구하게 만드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현대약품이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정’의 안전성·유효성, 품질 및 위해성 관리계획 등을 심사하고 있다. 해당 약물은 임상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하는 것으로 허가 신청돼 있다.
정부는 품목허가 이후 수입 절차와 공급 물량 확보 등 업체의 준비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이르면 2027년 1분기 의료기관에서 처방·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