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7번째 기자회견을 연다. 정치·외교와 정책·경제 분야로 나눠 약 90분간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정 지지율이 9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인사 파문, 여권 내부 갈등, 호르무즈 파병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지 않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면서 이른바 '해석 투쟁'을 촉박했다. 이 같은 '설명 부재'가 국정 지지율 하락의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할 주요 쟁점 10가지를 짚어봤다.
1.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8월1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전대) 과정에서는 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6·3 지방선거 엿새 뒤인 6월9일 유럽 순방 환송 행사에 정청래 당시 대표 등 지도부가 빠지고 당권 도전을 앞둔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하면서, '정청래 패싱'과 '김민석 명픽' 논란에 불이 붙었다.
7월에는 민주당 최고위원 예비 경선 기탁금이 직전 전대 500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오르자 2001년생 정민철 후보가 청년 감면을 적용받아도 1천만 원을 내야 하는 부담을 눈물로 호소했고, 이 대통령은 19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참여할 권리가 있다"며 당무 개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민주당은 이틀 뒤 기탁금 기준을 낮췄다.
대통령이 집권여당의 당무와 당권 경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인지, '명픽'으로 대표되는 전대 개입 논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문조털래유'에 침묵한 이유
이 대통령은 7월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한 뒤 당내 가짜뉴스와 멸칭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시 여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묶은 '문조털래유'와 한준호·강득구·김민석·이동형·김용민·이언주·송영길 등을 겨냥한 '한강새똥돼주길' 같은 멸칭이 지지층 갈등의 상징처럼 쓰였다. '문조털래유'는 시사평론가 최한욱씨가 "이재명 정부에 비우호적인 정치세력"을 묶기 위해 먼저 만든 표현이고, '한강새똥돼주길'은 이후 이에 맞서는 과정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등장했다.
특히 '문조털래유' 공격이 한 동안 벌어질 동안, 이 대통령은 침묵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런 공격에 앞장서는 이들의 SNS 글에 호응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몰랐는지, 알았다면 왜 침묵했는 설명해야 한다. 혹여 양쪽의 갈등과 대립을 '양비론'으로 평가한다면 갈등 해소의 길은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3. 민주당 전당대회의 '반명·신천지' 공방은 적절했나
김민석 대표는 민주당 전대 과정에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연합"을 거론하며 정청래 당시 후보 측을 겨냥했고, 신천지의 경선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에 정 의원은 8월10일 전북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전대가 끝난 뒤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9월1일 강민구 당시 민주당 윤리감찰단 부단장이 친명계 박선원 최고위원에게 "정청래 세력들이 김기표 의원 작업 들어온 듯하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포착돼 해임됐고, 친청계에서는 '표적 감찰' 우려까지 제기했다.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반명'으로 몰아세웠는데 이 대통령 역시 동의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신천지 의혹까지 당권 경쟁의 소재로 삼아 지지층에 혼란을 준 김민석 대표의 방식은 적절했다고 보는지, 이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민감한 문제라고 피한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의심'은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
4. 대통령은 '어떤' 검찰개혁을 원하는가
검찰청 폐지를 결정하고도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에 검찰에서 24년간 근무한 김지용 변호사를 지명하면서 범여권에서는 검찰개혁 후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자는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재고를 요청한 검사장 성명에 참여했고, 2022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에는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12일 엑스를 통해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해온 검찰 출신 인사를 새 수사기관의 첫 수장으로 세운 이유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란, 검사와 수사관을 사실상 그대로 두는 공소청 직제안까지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강하게 불신하고 있다.
5. "대통령 뜻과 다른" 공소청 직제안,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특히 정부가 4일 입법예고한 대통령령인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안'에는 검사 정원 2292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찰 불송치 사건 등을 들여다보는 '사법통제부'를 두는 방안이 담겼다. 여권 반발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10일 프랑스 순방 귀국 직후 검사 정원을 실제 필요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법통제부 명칭 등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청래 의원은 14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안이 "대통령 뜻이 아니었다"며 이 대통령이 검찰에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 말대로 대통령 뜻과 다른 내용이었다면 핵심 국정과제와 관련한 대통령령안이 어떻게 입법예고까지 갔는지 의문은 오히려 커진다.
이 대통령이 직제안을 사전에 어디까지 보고받았고 무엇을 문제라고 판단해 수정을 지시했는지, 정부 내부 조율 실패에는 누구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지 해명이 요구된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현 정부에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6. '과격한 선명성 선동', 누구를 향한 말이었나
이 대통령은 12일 엑스에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과격한 선동"이 역결집을 불러 개혁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김지용 후보자 지명을 비판하며 "대통령은 내란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데 왜 이들 세력에게 업혀서 전전긍긍하는가"라고 직격한 뒤였다. 이틀 뒤 김민석 대표가 추 지사의 발언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전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맞받으면서 논쟁은 '대통령 흔들기' 문제로까지 번졌다.
이 대통령이 말한 '선동'이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떤 주장을 가리키는지 밝혀야 한다. 당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 뜻이 다르다면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 지지층은 이 대통령에게 '민주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7. '갑자기 언론에 등장한' 호르무즈 파병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하지만 군사적 검토는 이미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다. 국방부 현지조사단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군사 거점과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과 작전 환경을 살펴봤고 군 당국은 파병 결정 시 투입할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EOD), 무인 기뢰 탐색·제거 장치 등 군사적 자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한미 외교장관회담도 예정돼 있다. 양측은 지난달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한국의 '실질적 기여'와 구체 방안을 계속 협의하기로 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동맹, 이란과의 관계 사이에서 한국이 얻을 국익과 감수할 외교·안보적 위험은 무엇인지, 파병에 앞서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할 문제다.
8. '공취모'의 공소취소 요구, 대통령은 동의하나
민주당 의원 87명은 2월12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 이른바 '공취모'를 출범시켰다. 특히 공취모 공동대표였던 김승원 의원이 지난달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국민의힘은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6월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작기소 의혹에 대해 최소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고 "잘못됐으면 시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했지만, 자신의 형사사건 공소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보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공취모 공동대표 출신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금, 당사자인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를 원하는지 여부를 직접 밝힐 필요가 있다. 당이나 주변 인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뜻을 드러내기엔 국민적 의심이 너무 커졌다.
9. "임기는 헌법상 제한", 정말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 대통령은 8월14일 엑스에서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 또는 연임제로 바꾸는 것이 자신의 공약이자 일관된 입장이라며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현재 임기 단축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6~7월 주호영·박덕흠·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등과 잇따라 골프 회동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김태호 의원은 당시 분권형 개헌을 제안하자 이 대통령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동포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했지만 "연임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연임 논란이 수 개월째 반복되고 있는데도 왜 직접적 표현을 피해왔는지,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답할 차례다.
10. 이 대통령이 말하는 '구조적 다수'는 무엇인가
이 대통령은 7월1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민석 대표는 8월27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이를 '민생·실용·확장' 노선으로 구체화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가 정청래 의원의 '중도는 없다'는 노선과 자신의 차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자, 정 의원은 이를 "마이크 독재"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가치보다 덩치에 집착한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구조적 다수를 만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조적 다수'를 둘러싸고 지지층 일각에서는 중도·보수 유권자를 더하기 위해 전통적 지지층을 몰아내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중도 외연 확장'의 정확한 방향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개혁 진영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설명도 빠뜨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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