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미술 시장의 불투명한 유통 구조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앤디 워홀의 '엘리자베스 2세'를 위조한 의혹을 받는 작품(왼쪽)과 앤디 워홀의 진품.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부동산 투자자 리처드 펄먼이 2023년부터 10개월 동안 사들인 미국의 팝 아트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상당수가 위작이라 주장하며 판매 관계자들을 플로리다주 법원에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작품 구매자는 미술상, 갤러리, 위작 제작 의심자 등 총 7명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워홀의 유명작 '엘리자베스 2세', '슈퍼맨', '비너스의 탄생' 등의 작품이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위조 의혹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2023년 말이었다. 작품 구매자 리처드 펄먼은 앤디 워홀 작품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영국의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스의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크리스티스 측은 작품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후 판매자인 레슬리 로버츠도 진위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구매자는 판매자를 상대로 지난 9일 소송을 제기했다.
구매자는 위조 의혹품 전부가 페루에서 제작돼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플로리다의 미술품 딜러 에드워드 커스탁이 작품 뒷면에 '워홀 재단 인증 도장'을 찍어 마치 이들 작품이 '앤디 워홀 재단'의 검증을 받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앤디 워홀 재단이 지난 2012년부터 작품의 진위 판별을 중단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매자는 소장에서 '재단 인증 도장'이 찍힌 위조 의혹품은 다시 플로리다의 갤러리 상인 레슬리 로버츠의 손으로 들어갔고, 레슬리 로버츠는 구매자에게 "앤디 워홀 재단에서 직접 나온 것"이라 설명하며 작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존 제이 형사사법대학 범죄학 교수 에린 톰슨은 "이번 사건이 불투명하고 중개 과정이 복잡한 미술시장의 허점을 보여준다"며 "앤디 워홀의 위작이 매일 판매되어도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미술계에서 위작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한국의 화가 천경자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미인도'에 대해 위작이라고 주장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미인도'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측은 이를 끝까지 부인하면서 결국 작가는 절필을 선언했다.
천경자가 위작이라고 주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미인도'. ⓒ연합뉴스
또한 독일의 작가 볼프강 벨트라키는 반 고흐, 피카소 등 여러 거장 작가들의 화풍을 모방해 존재하지도 않는 그림을 그렸고, 나중에 위작임이 들통나 구속됐다. 특히 독일의 저명한 미술사학자 베르너 슈피스가 볼프강 벨트라키의 작품을 진품으로 인증해버려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미술계 내에서 계속되는 위작 논란은 미술품 진위 판별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작품 평가, 작가 재단 인증, 작품 소장 이력 등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전문가마다 감정 결과가 다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