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해외 생산기지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회장은 그동안 해외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왔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일본에도 팹(Fab)을 건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회사 측의 보수적 태도에도 미국에 전공정 설비를 짓는 결단을 내릴지 시선이 몰린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구축하는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조감도. ⓒSK하이닉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놓고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사안도 확정된 바 없다”며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두 가지 시나리오 등에 관해서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위해 인텔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른 해명이다.
전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추진해온 반도체 생산 시설의 일부를 임대해 메모리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등의 주요 고객사인 클라우드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건비, 시설비, 반도체 공급망 지역 등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아시아가 아닌 미국에서 진행하면 기업의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7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나스닥에 입성한 점, 미국 인디애나 주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후공정 팹)을 짓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전공정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하면서 SK하이닉스의 증설 결정에 시선이 몰리는 모양새다. 게다가 최 회장도 지속해서 추가 생산거점 마련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7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지어야 한다고 본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SK하이닉스를 향한 압박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일본에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거점을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도 지난달 “전력과 용수가 갖춰진 곳이라면 어디든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 결정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메모리 반도체의 미국 직접 생산은 기술적 민감성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에서 우려를 표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HBM과 첨단 D램 제조에 쓰이는 일부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기술을 이전하면 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산업통상부는 로이터통신의 질의에 “SK하이닉스의 미국 생산 여부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국가핵심기술과 관련이 있다면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심사 대상이 된다”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