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래퍼 맥클모어가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을 이유로 에드 시런의 '더 루프(The Loop)' 투어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잃은 무대보다 전쟁 속에서 삶을 잃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맥클모어가 2024년 5월6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HIND’S HALL’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되면 수익금 전액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왼쪽에서 첫번째). 맥클모어가 2023년 12월24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에 무대 위에서 “팔레스타인 해방, 이 메시지는 사랑이다”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맥클모어 인스타그램
맥클모어가 14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에 에드 시런 공연 라인업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좋아요 463만여 개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자신과 시런은 피해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맥클모어는 "커리어가 있고 돈이 있고 기회가 있고 안전이 보장돼 있으며 전 세계에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객이 있다"며 "어떤 말을 해 그에 따른 결과를 감당하더라도 결국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맥클모어가 에드 시런 콘서트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14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맥클모어 인스타그램
맥클모어는 "진짜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살해당하고 굶주리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상상하기조차 힘든 폭력 속에서 살아가도록 내몰린 남성들과 여성들, 그리고 아이들"을 언급했다. 이어 "오늘도 사람들이 죽고 있고 내일도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며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그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4~5일(현지시각)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드 시런의 공연 이후였다. 맥클모어는 지난 4일 오프닝 무대에 올라 가자지구의 참상을 담은 영상과 함께 팔레스타인 지지곡 'Hind’s Hall'을 공연하며 "팔레스타인 해방(Free Palestine)"을 외쳤다. 해당 장면은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맥클모어는 이튿날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맥클모어는 질레트 스타디움 소유주인 로버트 크래프트가 시런에게 연락해 자신의 공연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고, 다른 경기장 소유주들도 "맥클모어가 투어에 참여하면 공연장을 내줄 수 없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맥클모어는 시런 역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시런은 자신이 이야기를 나눈 많은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해방(Free Palestine)"이라는 말과 팔레스타인 국기가 상처를 줬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맥클모어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그 말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죽어가는 것보다 더 불쾌하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들과 내가 서 있는 지점 사이에는 근본적인 단절이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간극은 결국 '중립'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서 선명해졌다. 맥클모어는 시런이 "나는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맥클모어도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데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는 "돈, 브랜드 계약, 스폰서십, 페스티벌, 비공개 공연, 인간관계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나는 그 모든 것을 잃어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사이에 중립적인 위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맥클모어는 한쪽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는 현실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는 태도가 진정한 중립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자신을 침묵시키는 과정에서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이 동원됐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반유대주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반유대주의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개념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 시오니즘에 반대하는 것, 혹은 '팔레스타인 해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동일시될 때 그것은 유대인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스라엘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맥클모어는 글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으니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의 아랍어 한 문장을 꺼냈다. 메트라이프 공연 영상의 자막 작업을 해준 형제 오마르에게 고맙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 말은 맥클모어에게 오래 남았다. 그에게 팔레스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 이상 용기를 증명하거나 박수를 받을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의무"라고 표현하며 "칭찬이나 감사를 받을 만한 특별한 행동이 아니다. 용감한 행동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글의 끝은 시런을 향한 비난이 아니었다. 맥클모어는 "(시런과의) 13년간의 우정이 단 한 번의 고통스러운 의견 충돌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로의 이야기에 계속 귀 기울이고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공부하며 이런 순간에 '중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내 문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맥클모어(Macklemore·본명 벤 해거티)는 미국 시애틀 출신 래퍼로, 2010년대 초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2년 발표한 'Thrift Shop'과 'Can’t Hold Us'가 잇따라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동성결혼과 성소수자 평등을 지지한 'Same Love' 등 사회·정치적 의제를 음악에 꾸준히 담아왔다. 2024년부터는 팔레스타인 연대를 전면에 내세운 'Hind’s Hall' 등을 발표하고 공연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등 팔레스타인 지지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