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 정부간 기구 '민주주의·선거지원 국제연구소(International IDEA)'는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이런 결과를 내놨다.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권력을 행정부에 집중시켜 개인적 목표 달성과 정치적 보복에 활용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민주주의·선거지원 국제연구소(이하 국제연구소)는 15일(현지시각) '세계 민주주의 현황' 2026년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5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사법부 독립성, 신뢰할 수 있는 선거, 표현·언론의 자유 등이 모두 최소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전했다.
국제연구소의 해당 보고서는 1975년 이후 174개국의 민주적 성과를 추적하는 이 분야 최대 규모 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매년 발표 직전 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는다.
이번 보고서가 다루는 2025년은 민주주의가 개선된 국가보다 악화된 국가가 더 많았다. 이런 민주주의 약화는 11년 연속 이어진 것인데, 국제연구소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긴 연속 하락세이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국제연구소는 진단했다.
국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2025년 민주주의 침식을 막기 어려운 상황은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의해 단적으로 드러났으며 더욱 악화됐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 내에 권력을 빠르게 집중시켰고, 이를 개인적 목표 달성과 적대적 상대 보복에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국제연구소의 '민주주의 후퇴국' 목록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제연구소는 2019년부터 시작된 "눈에 띄는 악화"를 근거로 2021년 처음 미국을 후퇴국으로 분류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거 없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주요 근거가 됐다.
5년이 지난 지금, 국제연구소는 그 여파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케빈 카사스-사모라 국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선거불복'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그 진원지는 현재 백악관의 주인이다"고 말했다.
이런 민주주의 후퇴는 단순히 정치 제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이번 보고서는 민주주의 후퇴가 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카사스-사모라 사무총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가 모든 국가 안보 전략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질적 침식과 분쟁증가 사이의 연관성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국가별 세부 지표를 통해 분야별 취약점도 짚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한 영역은 '법치주의'였다.
평가대상 174개국 중 41%인 71개국이 저성과 국가로 분류됐고, 29개국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입막음용 전략소송(SLAPP), 외국 대리인법, 평화적 시위에 대한 사법처리 등으로 시민사회의 활동 공간도 계속 좁아지고 있다.
다행히 긍정적 분석도 없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민주주의가 개선됐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이 축출됐고, 방글라데시·네팔·스리랑카에서는 청년층 주도 시위로 장기 집권자가 물러났다.
다만 이런 변화가 곧바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국제연구소는 "단기간 내 광범위한 개혁을 이뤄내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