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정 상법의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윤승연 커리어케어 부사장이 개정된 상법 시행을 앞두고 독립이사를 둘러싼 기업들의 변화하는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다. ⓒ커리어케어
독립이사 선임 비율이 늘어나고 의사결정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진 구성이 기업의 핵심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프포스트는 18일 한국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윤승연 부사장을 만나 최근 기업들의 독립이사 구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 부사장은 커리어케어에서 금융 분야를 관장하는 파이낸스본부의 본부장으로 금융 전문 헤드헌터들을 이끌고 CEO와 임원, 고급 기술인재를 발굴하면서 기업에게 이사회 운영에 관한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다.
- 개정 상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독립이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나?
이전에 비해 기업들이 훨씬 이른 시점부터 움직이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법적 요건의 변화다. 개정 상법에 따라 기존 '사외이사'라는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고 일반 상장사의 선임 의무 비율도 이사 총수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늘었다.
단순히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의 실질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를 확보하는 일 자체가 기업의 과제가 됐다.
- 독립이사 선임 비율 확대와 함께 기업이 요구하는 자격조건에도 변화가 있나?
명칭이 '독립이사'로 바뀌면서 기업이 가장 먼저 검증하는 항목도 '실질적 독립성'과 '실질적 기여도'로 변했다.
과거에는 전직 고위 관료나 명망가를 선호했는데 지금은 이사회 안건에 대해 독립적인 시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자사의 사업구조 전환이나 리스크 관리에 즉각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원한다.
기업이 선호하는 전문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컨대 AI 전환기에 있는 제조기업은 스마트팩토리 경험을, 해외진출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기업은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중시한다.
- '실전형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최근 기업들은 AI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해외진출, 인수합병 등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현장 경험을 갖춘 C레벨 임원 출신이나 AI와 모빌리티, 스마트 제조 등 신기술 분야의 전문가를 독립이사로 영입하고 있다. 이론에 밝은 전문가보다 사업 실행력과 실무적 혜안을 겸비한 '실전형 전문가' 중심으로 이사회 구성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커리어케어에 독립이사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기업들도 그동안 후보자의 학력이나 전직 직함을 먼저 확인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해당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와 의사결정 경험을 갖고 있는지부터 살피고 있다.
- 여성 독립이사 확보도 중요할 텐데, 젠더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후보자 발굴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상장사의 여성 독립이사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지만,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춘 여성 후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커리어케어는 30년 가까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실무 성과가 입증된 여성 리더들을 산업별로 매핑(Mapping)해 놓고 있다. 덕분에 기업들이 원하는 독립이사 후보들을 빠르게 추천하고 있다.
- 후보자의 독립성 검증은 어떻게 하나?
주주행동주의가 심화되면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독립성에 대한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단순 서류 검증이나 기본적인 결격사유 확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커리어케어는 후보자의 전문 이력을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평판조회(reference check)를 통해 후보자를 심층 검증한다.
커리어케어의 평판조회 전문조직인 씨렌즈(C.LENS)에서 과거 이사회 활동이나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떤 성향과 윤리의식을 보였는지, 이해상충 요소나 잠재적 리스크는 없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특히 대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 다층적으로 검증해 주주총회 설명까지 책임질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한다.
- 서치펌을 통해 독립이사 후보군을 구축하면 기업이 얻는 실질적 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이점은 맞춤형 검증을 통해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연과 지연 기반의 추천은 이해상충이나 독립성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 서치펌을 활용하면 법적 요건과 기업의 미래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객관적 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다. 필요한 요건을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는 후보를 추천받기 때문에 주주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수 있고, 기업지배구조 평가와 같은 대외 신인도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 독립이사 영입을 준비하는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주주총회가 임박한 1~2월에 후보를 찾으려면 법적 검증과 독립성 검토에 필요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검증된 우수한 인재들을 발견해도 이미 다른 기업에 선점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정 상법의 독립이사 준수 요건에 맞추려면 최소 3~6개월 전부터 이사회 역량 진단표(Board Skills Matrix)를 작성하고 후보를 발굴에 나서야 한다.
기업의 전략적 공백을 메워줄 최적의 후보군을 타겟팅해서 사전 검증까지 마치려면 9~11월의 골든타임에 움직여야 한다. 발빠른 기업들은 벌써 후보 확보에 들어가 있다. 당연한 얘긴데, 빨리 준비하는 기업이 최고의 후보를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