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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직전에는 접속자가 몰릴 수 있으니 미리 원서를 접수하라.” 대입 수시모집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원서접수 원칙’이다.

그런데 정작 이 원칙을 지켜 일찌감치 원서를 낸 수험생들 사이에서 “우리만 손해를 본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시 접수 '서버 먹통',  1시간 연장 접수에 일부 대학 경쟁률 공개됐다 : 공정성 논란에 수험생들 '분노'
9월6일 서울 강남종로학원에서 열린 '2027 수시대학 최종 결정 특집 파이널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자료를 살피며 설명을 듣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연합뉴스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 과정에서 발생한 서버 장애와 이에 따른 연장 접수 조치가 또 다른 공정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서버 장애로 정상적으로 원서접수 기회를 잃은 수험생을 구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크지 않다. 문제는 접수 시간이 연장되는 과정에서 일부 대학의 경쟁률이 공개되면서 수험생 사이에 당초 없던 ‘정보 격차’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태는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지막 날인 11일 금요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원서접수 대행업체 유웨이어플라이(uwayapply)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다. 당초 오후 6시 마감 예정이던 대학들의 원서접수가 끝나기 불과 10분 전이었다.

시스템이 정상화된 것은 약 30분 뒤인 오후 6시20분쯤이었다. 이에 당초 이날 오후 6시 원서접수를 마감할 예정이었던 대학들의 접수 시간은 오후 7시까지 1시간 연장됐다.

그러나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접수 시간이 연장됐다는 사실을 제때 확인하지 못해 결국 원서를 내지 못했다는 사례가 나왔다. 희망했던 대학에 원서를 접수하지 못해 당초 지원 계획에 없던 다른 대학에 지원했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수시 접수 '서버 먹통',  1시간 연장 접수에 일부 대학 경쟁률 공개됐다 : 공정성 논란에 수험생들 '분노'
11일 유에이어플라이 홈페이지에 '원서접수 마감 시간 변경안내' 공지가 올라왔다. ⓒ유웨이어플라이 제공

교육부는 피해 수험생 구제를 위해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구제 신청을 받는다. 단순히 원서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버 장애 당시 실제로 원서를 작성하거나 결제를 시도했는지 등 전산 기록을 토대로 피해 여부를 가려낸다.

구제 신청은 14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유웨이어플라이 홈페이지에 마련되는 별도 게시판을 통해 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유웨이어플라이와 해당 대학이 당시 전산 기록을 확인해 구제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대상자로 인정된 수험생에게 원서접수 절차를 개별 안내한다. 안내를 받은 수험생은 16일 오후 10시까지 해당 대학에 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일부 대학 경쟁률 공개'라는 또 다른 공정성 문제가 생겼다

수험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지점은 피해 구제 자체만은 아니다. 마감 연장 과정에서 일부 대학의 경쟁률이 공개됐다는 점이다.

서버 장애로 오후 6시였던 접수 마감이 오후 7시로 연장됐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 마감 시각에 맞춰 지원 현황이나 경쟁률이 공개됐다. 결과적으로 원서를 아직 제출할 수 있었던 일부 수험생은 다른 수험생들이 사실상 지원 결정을 마친 시점의 경쟁률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수시 지원에서 경쟁률은 수험생의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다. 특히 마감 직전까지 경쟁률 추이를 지켜본 뒤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는 이른바 ‘눈치 지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시점의 경쟁률을 누가 볼 수 있었느냐는 문제는 곧바로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종 경쟁률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대학과 학과를 결정해 미리 원서를 제출한 수험생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논란과 교육 당국이 진행하는 피해 구제 절차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구제 조치는 전산 기록 등을 토대로 서버 장애 당시 실제 원서접수를 진행하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공개된 경쟁률을 확인한 뒤 새로운 대학이나 학과를 골라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는 아니다.

수시 접수 '서버 먹통',  1시간 연장 접수에 일부 대학 경쟁률 공개됐다 : 공정성 논란에 수험생들 '분노'
14일 유웨이어플라이 홈페이지에 '2027학년도 수시 모집 서버 오류 구제신청 안내' 공지가 올라왔다. ⓒ유웨이어플라이 홈페이지

전체 대입 모집인원의 상당수를 선발하는 수시는 최대 6장의 원서를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지원 과정에서 동일한 기회와 정보가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서버 장애를 넘어 입시 공정성 논란으로 번진 이유다.

수험생들의 반발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는 ‘수시 원서접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수험생 연대’라는 이름의 그룹 오픈채팅방까지 등장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수험생들의 감정이 복잡한 것은 입시 당국이 그동안 마감 직전 접수를 피하라고 거듭 당부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8월25일 2027학년도 수시모집 공통원서접수 관련 안내를 통해 “원서접수 마감 시점에 사용자 접속이 폭주하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급하게 원서를 작성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온라인에서는 “수능에서 시간 안에 마킹하지 못했다고 답을 한번 본 뒤 한 시간을 더 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 “밤을 새워가며 전년도 경쟁률까지 살펴보고 원서를 쓴 사람은 바보가 된 셈”이라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다.

특히 2008년생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수험생은 “08은 다음 기회가 없다”, “우리는 수시 재수도 못 한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물론 재수생이라고 해서 수시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고3인 2008년생이 다시 대입에 도전할 경우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대입제도 개편의 영향을 받게 된다.

2028학년도부터는 수능 국어·수학 영역의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탐구 영역이 통합사회·통합과학 체제로 바뀌는 등 현행 체제와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긴다. 현행 대입 체제에 맞춰 고교 생활과 수시모집을 준비해온 이들로서는 재도전에 따른 부담이 다른 학년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이 이번 사태의 공정성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유웨이어플라이는 서버 장애 발생 다음 날인 12일 사과문을 냈다. 성윤석 유웨이어플라이 대표이사는 “사고 발생 직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장애 대응 매뉴얼’에 따라 오후 6시 마감 예정이던 대학들의 원서접수 시간을 오후 7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며 “이러한 조치로 여러분께서 겪으신 심적 고통을 온전히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사과했다.

입시 유튜버 미미미누(본명 김민우)도 이번 사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5수생’ 출신으로 입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온 미미미누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올해 수시 인원이 2~3배 폭증했나? 아니다. 올해 고3은 심지어 줄었다”며 원서접수 서버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고3 수험생 규모가 갑작스럽게 몇 배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 2027학년도 6월 모의평가의 재학생 지원자 수 역시 전년보다 감소했다.

미미미누는 특히 경쟁률 공개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종 경쟁률이 공개되지 않았어야 형평성 훼손을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장애 대응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접수 연장 과정에서 일부 대학의 경쟁률이 공개된 데 대한 설명과 대응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입 원서접수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2일 설명자료를 통해 유웨이어플라이의 시스템 장애 원인과 대응 과정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원서접수 체계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입 원서접수는 대학별로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등 민간 대행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수시는 경쟁률을 지켜보다 마감 직전 지원 대학이나 학과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특정 시간대 접속자가 몰릴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조다.

수험생에게 마감 직전 접수를 피하라고 권고하는 것과 별개로, 시스템 역시 접속 폭주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로 마감 시간이 연장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학과 대행업체가 관련 조치를 즉시 공유할 수 있는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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