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변호사로서 마약 피의자를 접견하는 일은 늘 마음 한켠을 짓누르는 작업이지만, 앳된 얼굴을 한 10대 청소년이 수감복을 입고 앉아 있는 모습을 마주하는 날에는 유독 마음이 무겁다.
마약 유통의 가장 말단 톱니바퀴로 전락한 아이. AI 합성 이미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실태는 현장에서 내가 매일 마주하는 참담한 현실의 일부에 불과하다. 호기심에 마약을 시작한 아이들은 더 이상 단순 투약자에 머물지 않는다. 기사 내용 중 가장 뼈아프게 다가온 구절은 이것이었다.
“돈 없어? 10개 팔면 2개 줄게.”
마약을 구할 돈이 떨어지면 자신에게 약을 쥐여주었던 어른들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힘들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의 운반책, 즉 ‘드라퍼(Dropper)’가 되어 스스로 마약 유통의 가장 말단 톱니바퀴로 전락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중 여럿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의 늪에 빠지고 여성 청소년의 경우 마약을 대가로 끔찍한 성 착취와 성매매에 내몰리기도 한다.
마약이라는 하나의 범죄가 삶 전체를 집어삼키는 2차, 3차 범죄의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린 셈이다.
흔히 청소년 마약사범이 적발되면 호된 처벌을 내리거나, 반대로 선처를 해주면 금방 정신을 차리겠지 하는 기대를 한다. 하지만 중독은 단순한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 치료와 관찰이 필요한 질환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10대 마약 범죄는 수사기관에 적발되기 힘든 ‘암수범죄’에 가깝다. 어쩌다 법망에 걸려든 소수의 청소년들마저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다시 거리로 마약 유통의 현장으로 쉽게 방치된다.
그렇다면 이들을 가두는 ‘감옥’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얼마 전 뉴스에서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마련된 ‘중독재활수용동’의 긍정적인 모습이 조명됐다. 뇌 손상 평가 장비를 갖추고 치유농업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출소 전 수용자들의 단약 의지를 높이는 이 프로그램은 분명 교정 당국의 훌륭한 시도다.
하지만 이 희망찬 뉴스의 이면에 숨겨진 통계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재활수용동을 갖춘 교정시설은 전국에 단 네 곳뿐이며, 수용 가능 인원을 모두 합쳐도 고작 210명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 해 적발된 마약사범이 2만3000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2만3000명 중 210명. 즉 1%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얄팍한 치료 인프라가 대한민국 마약 교정 시스템의 서글픈 민낯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마약사범 재범률은 56.5%에 달한다.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댄다는 뜻이다. 무서울 정도로 높은 재범률을 단순히 피의자들의 타락한 도덕성이나 경각심 부족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치료가 필요한 의존증 환자를 제대로 된 치료시설도 없는 수용시설에 가두어두었다가 형기를 채우면 재범 방지 대책이 부재한 사회에 다시 풀어주는 지금의 시스템은 국가의 직무유기라 할 만한 마약 참사에 가깝다.
마약 중독에 빠진 사람. AI 합성 이미지
필자의 졸저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 역시 여기에 있다. “처벌만으로는 결코 마약을 끊어낼 수 없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진정으로 승리하고 싶다면 수사 인력을 늘려 아이들을 잡아들이는 것만큼이나 그들을 치료할 의료진과 재활 인프라에 예산을 쏟는 것이 효율적이다. 210명만을 수용할 수 있는 재활수용동을 넘어, 수많은 중독자가 치료받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치료·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오늘도 텔레그램 익명 채팅방에서는 “10개 던지면 2개 줄게”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10대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울리고 있다. 가두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는 사회가 방관하는 사이, 한국의 청소년들은 단순 투약자를 넘어 마약 유통의 말단으로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