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가 중국산 차량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 자동차기업의 미국 공장 건설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의 의중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자동차는 북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13일 아일랜드에서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기 위해 다가가고 있다. ⓒAFP통신=연합뉴스
14일 닛케이아시아를 포함한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 자동차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을 허용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목적은 미국 내 고용 증가인데, 자동차기업은 이번달 초에도 중국산 차량을 규제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마찰이 예상된다.
◆ 트럼프, 중국 자동차 기업 공장 미국 건설 허용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에 와서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지만 미국인을 고용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해외 기업이라도 미국인을 고용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유사한 발언을 했다. 현재 중국산 자동차는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가 명령한 중국산 소프트웨어 수입 제한과 100%가 넘는 고관세로 인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이에 미국 자동차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중국 자동차기업을 경계하며 규제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요타, 포드, 제너럴모터스, 현대자동차 등이 참여한 미국 최대의 자동차 로비 단체 자동차혁신연합은 3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의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중국산 커넥티드 카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판매, 수입, 및 제조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중국 정부가 불공정 무역, 보조금, 지적 재산권 도용 등의 제조업 정책을 통해 세계 자동차 제조업과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전체와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가 현지 공장을 설립해도 미국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주장도 있다. 엘리사 슬로킨 미시건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일 SNS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독일에 2021년에야 진입했는데 2026년 기준 시장의 약 8%를 점유했다"며 "그 결과 폴크스바겐은 5만 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독일 등에서 현지공장을 설립했지만 기존 유럽 자동차 대기업과 부품 공급업체에서는 대규모 해고가 발생했다.
◆ 중국 자동차 미국에 들어오면 현대차 북미 전략 타격 입을 수 있어
만일 중국 자동차기업이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한다면 현대차의 북미 공략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월 2025~2028년 사이 4년간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해 현지생산을 늘리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캐나다와 멕시코를 공략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 자동차기업이 미국 공장을 설립해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늘어 현대차의 전략에 타격이 될 수 있다.
중국 자동차의 가장 큰 강점 가운데 하나는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자동차들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중국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에 힘입어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펼쳐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발표한 산업 보조금 관련 보고서에서 "2005~2024년 사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다른 OECD 자동차기업에 비해 절대적 측면에서 2배, 상대적 측면에서 4배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자동차혁신연합은 서신에서 이 점을 짚으며 "현재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보조금 지원을 받아 차량을 전 세계에 덤핑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보다 중국차들의 자율주행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 역시 문제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량플랫폼(AVP)본부 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11일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개발 속도가 미국과 중국 등 경쟁국 대비 늦었다며 원인을 데이터 부족과 데이터 표준화 부족으로 짚었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은 올해 1월 운전대 없는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 합법화를 1~2년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규제 완화에 속도를 냈다. 이에 자율주행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과 중국 자동차 기업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뒤쳐져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