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기념일에나 찾던 떡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는 고리타분한 어르신들의 음식으로 여겨졌던 떡이 이제는 2030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디저트로 떠오르고 있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두바이 전통 면인 카다이프를 넣은 '두쫀쿠'부터 버터와 찹쌀가루 등을 넣은 '버터떡'에 뒤를 이어 이제는 '퓨전 찹쌀떡'이 새롭게 유행을 타고 있다. 어쩌면 떡은 취향이 서로 다른 두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집합'이 될지도 모르겠다.
부모님 세대가 즐겨 먹던 떡이 2030의 입맛을 강타하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떡을 간식이나 디저트로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커머스와 백화점, 편의점 등에서도 관련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본점을 둔 디저트 브랜드 '한정선'의 '퓨전 찹쌀떡'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정선은 전통 찹쌀떡에 과일과 다양한 재료를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통귤·골드키위 찹쌀떡 등 일반 메뉴는 평균 4천 원대, 두바이·블루베리 요거트 찹쌀떡 등 한정 메뉴는 평균 6천 원대로 일반적인 떡에 비하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떡을 무슨 저 돈을 주고 사 먹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퓨전떡은 그런 고정관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인 20대 김모씨는 6일 성수동에서 30대 남성 지인과 함께 한정선의 떡을 구입하기 위해 두 시간 넘는 대기 끝에 떡을 살 수 있었다. 그의 앞에는 509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유행 정도가 아님을 증명한다.
그런데 김씨가 이렇게 오래 기다려 떡을 구매한 이유를 조금 특별하다. 물론 본인이 먹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약 4만원 상당의 떡 선물세트를 부모님께 드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함께 방문한 지인 역시 부모님에게 떡을 선물하려 함께 기다린 것이었다.
퓨전 떡 브랜드 '한정선'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인스타그램
20대 A씨는 9월6일 일요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한 떡집에서 '현재 대기 509팀'을 기다려 부모님께 드릴 '한정선' 떡을 구입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요즘 음식에 있어서 젊은 세대와 부모 세대의 입맛은 서로 다른 게 사실이다. 젊은 세대는 새롭고 낯선 맛을 경험하는 데 익숙한 반면, 부모 세대는 주로 익숙하고 전통적인 맛을 선호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이라도 부모님에게 선뜻 권하거나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떡은 다르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게 재해석된 디저트이면서 동시에 부모 세대에게는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맛을 좋아하는 자녀와 익숙한 맛을 선호하는 부모 사이에 떡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기는 셈이다.
한정선 역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듯 낱개 판매와 별도로 6구·9구 선물세트를 운영하고 있다. 명절이나 새해 등 시즌에 맞춰 패키지를 새롭게 구성하며 '명절 선물'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왔다. 새해에는 '붉은 말의 해'를 기념한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요즘처럼 세대 간 공통분모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작은 발견'이 될 수 있겠다.
인공지능(AI)의 발달과 유튜브 등 개인 맞춤형 콘텐츠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취향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보던 '국민 예능'이 있었고,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세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다른 콘텐트를 보고, 서로 다른 유행을 좇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취향이 다양해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그만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 세대가 즐기는 것과 자녀 세대가 즐기는 것이 점점 달라지면서 '같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트렌디하게 변신한 떡에 대한 관심은 작은 교집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녀에게는 새로운 디저트지만 부모에게는 익숙한 떡이기 때문이다.
자녀는 유행하는 맛을 부모에게 소개할 수 있고, 부모는 익숙한 음식을 통해 자녀가 가져온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거창한 세대 통합이 아니더라도, "요즘 이런 떡도 있는데, 한번 드셔보세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다.
어쩌면 세대 간의 거리는 거창한 정책이나 특별한 이벤트보다 이런 사소한 계기에서 조금씩 좁혀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