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전 아들의 기차표값 500원을 내지 못해 역장의 도움을 받았던 한 할머니가 500만원을 들고 영등포역을 다시 찾았다.
48년을 품어온 고마움에 영등포역 직원들은 한 통의 편지로 답했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서울 영등포역 직원들이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왼쪽). 할머니는 며칠 전 영등포역에 손편지(오른쪽)와 함께 500만 원들 들고 찾아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9월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실시간 영등포역에 붙은 낭만적인 알림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서울 영등포역 알림판에는 '난곡동 할매께'라는 제목의 편지가 붙어 있다. 영등포역 직원들이 최근 역을 찾아온 한 할머니에게 전하는 편지였다.
사연의 시작은 197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머니의 자필 편지에는 "저는 아주 오래된 빚을 이제야 갚으려 한다"는 문장과 함께 48년 전의 일이 적혀 있다.
할머니는 "저는 1978년 10월 정읍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와서 영등포역에 왔다"며 "그때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학생이었는데 돈이 없어 내 차표만 사고 우리 아이는 표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할머니는 이어 "역장님은 우리 아이 차비로 오백원을 내라고 하셨지만 우리가 가진 것은 토큰 한 개밖에 없었다"며 "역장님께 사정했더니 그 역장님은 고맙게도 가라고 하셨다"고 적었다.
할머니에게는 그날의 일이 평생 갚아야 할 '빚'으로 남았다. 그는 "저는 절하고 돌아서면서 이 돈은 내가 죽기 전에 갚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썼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1978년으로부터 약 48년이 지난 최근, 할머니는 오래전 자신과 아들에게 베풀어진 호의를 갚기 위해 다시 영등포역을 찾았다. 그가 직접 준비해 온 돈은 현금 500만 원이었다.
할머니는 편지에서 "지금 많이 늦었지만 그리고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받아달라"며 "그동안 많이 많이 고맙고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등포 그리고 다른 곳에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사랑한다"고 글을 맺었다.
영등포역 직원들은 할머니가 건넨 500만 원을 정중히 거절하며, 48년 동안 당시의 친절을 기억하고 다시 역을 찾아온 할머니의 마음에 답하기로 했다. 그렇게 작성된 것이 영등포역 알림판에 붙은 '난곡동 할매께'라는 편지다.
영등포역 직원들은 이 답장편지에서 "저희는 그날 어머니께서 영등포역에 건네주신 용기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큰 감동 덕분에 매일을 선물처럼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직원들은 이어 "어머니께서는 저희에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와 친절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주셨습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저희가 역무원으로서 고객 한 분 한 분께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며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과 좋은 기억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직원들은 "저희에게 소중한 가르침과 감동을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며 "어머니 마음속에 있는 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저희 영등포역 직원 모두가 그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디 언제든 영등포역에 찾아와 주세요. 저희는 따뜻한 마음으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는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영등포역 직원 일동"이라는 문장으로 끝났다.
한 역장이 베푼 작은 호의를 한 사람은 반세기 가까이 기억했고, 그 감사의 마음은 다시 오늘의 역무원들에게 전해져 또 다른 친절을 약속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