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과 높은 부정 여론에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물러날 뜻 없이 정면돌파를 택했다. 청와대와 사전 조율조차 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직과 장관직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이제 공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인사청문회 뒤 지명을 철회할지, 용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날지, 부정 여론을 감수하고 임명을 강행할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에 올해 1월 이혜훈 당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거둬들인 전례가 정치권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용 후보자가 전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용 후보자는 장관과 비례대표 의원 겸직 논란에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의원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배우자 특혜와 기본소득당 사당화 등도 대부분 반박하면서 "인사청문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청와대와 조율된 행보도 아니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용 후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저희도 하는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 후보자를 둘러싼 우려가 청와대 안팎에서 전달되고 있으며 "특히 여당 쪽에서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국민 눈높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여론은 용 후보자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전날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용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63%로, '잘한 인선'이라는 응답 17%를 크게 앞섰다. 성별과 연령, 지역은 물론 정치 성향별로도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따라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이후 지명철회 수순를 밟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1월 부정청약과 보좌진 갑질 등 각종 의혹에 휩싸였던 이혜훈 후보자 때도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인사청문회까지 지켜봤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월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성숙하지 못한 언행'에 대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1월23일 15시간에 걸친 청문회에서 직접 의혹을 해명했지만 여론을 돌리지 못했고, 이 대통령은 이틀 뒤인 25일 결국 지명을 철회했다. 당시 청와대가 내놓은 이유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현재 청와대 태도도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각적 지명철회 요구에는 거리를 두면서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 국민 여론을 살핀 뒤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용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청문회를 명분으로 시간을 번 뒤 여론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거둬들이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명철회에는 이 대통령도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달리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것은 애초 인선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용 후보자의 자진사퇴다. 청와대로서는 인선 실패를 직접 인정해야 하는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논란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깔끔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용 후보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영달이 중요했다면 장관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장관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각종 의혹 역시 직접 반박하고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만큼 당장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2023년 6월1일 국회에서 열린 '광역 기본사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에게 기본사회위원회 자문단장 위촉장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이 청문회 이후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현재 60%를 넘는 부정적 인선 평가와 여당 내부의 우려를 감안하면 가장 큰 정치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특히 청와대도 몰랐던 기자회견을 열어 용 후보자가 의원직 겸직 문제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한 만큼, 그대로 임명할 경우 후보자의 '마이웨이'에 결국 청와대가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18일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21일을 주장하면서 증인 채택을 둘러싼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용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판단받겠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만큼 이 대통령의 선택도 청문회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후보자 해명이 국민 눈높이를 넘지 못할 경우 이혜훈 후보자 때처럼 지명철회로 정리할지, 악화된 여론을 감수하고 임명할지가 용 후보자 임명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기사에 인용된 전국지표조사(NBS)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9월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