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촌 마을의 작은 카페·비스트로는 단순한 식음료 매장을 넘어 주민들의 만남과 소통을 이어주는 '공동체의 중심'이다.
하지만 프랑스도 농촌 인구 감소와 생활 방식 변화, 운영자 부족 등이 겹치면서 비스트로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역에서는 비스트로의 쇠퇴가 곧 마을 공동체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골 프랑스를 상징하던 작은 카페들이 줄지어 폐업하고 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13일(현지시각) 가디언 보도를 보면, 프랑스 부르고뉴 북부 생 마르탱 쉬르 루앙(Saint-Martin-sur-Ouanne)의 '오 봉 아세유'(Au Bon Acceui) 카페 비스트로는 8개월간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비스트로는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일컫는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래했으며, 바쁜 손님들이 "빨리(Bystro)" 술과 음식을 달라고 외친 러시아어에서 유래됐다.
'오 봉 아세유'의 새 매니저 나디아 레텔리에는 가디언에 "이런 마을에 카페 겸 비스트로가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다시 문을 열어 크게 기뻐한다"고 말했다. 농부이자 마을 이장인 에르베 샤퓌도 "주민들이 매일 아침 이곳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며 "이런 가게를 계속 운영해 지역사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현 지방 당국은 재개장을 위해 2만5천 유로(한화 약 3900만 원)를 들여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새 운영자에게 행정적 지원도 제공했다.
프랑스 전체로 보면 프랑스 지방의 소규모 비스트로의 폐업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힌다. 1900년 약 50만 개였던 카페·비스트로는 1960년대 이후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현재는 3만~4만 개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마저도 하루 두 곳꼴로 폐업하고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텔레비전 등 가정 내 여가문화 확산, 주류 소비 감소, 운영자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프랑스 비스트로·카페 협회 회장 알랭 퐁텐은 비스트로가 사라지면 농촌 주민, 특히 노인들의 고립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스트로에서 사람들이 대화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지역사회 관계를 형성한다며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 에로(Hérault) 지역 캄플롱(Camplong)의 카페 '르 그랑'(Le Grand)은 1898년부터 이어져 온 지역의 명소다. 운영자 솔렌 주클라는 아버지의 은퇴 이후 카페를 닫을 위기에 놓였지만 언니와 함께 협회를 만들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3년간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재개장했으며 현재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주클라는 매체에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밖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며 "우리는 마을의 문화 중심지"라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출범한 '1000 카페' 협회는 인구 3500명 미만 지역을 대상으로 카페 재개장과 운영을 지원하며, 일부 카페가 식료품 판매나 택배 수령처 등의 기능을 추가하도록 돕고 있다. 2023년 프랑스 상원 보고서 역시 농촌 카페·호텔·레스토랑이 지역의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결속'에 기여한다며 규제 완화(접근성 원칙의 예외 허용, 화재안전 규정 적용 면제 가능성, 주류 면허 발급 확대, 재원 조달) 필요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