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이후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의 핵심 쟁점은 이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옮겨갔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를 향해 집중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김승원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5일 국회 인사청문회 뒤 청와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여러 논란 속에 그의 장관 임명을 강행한다면 현 정부 지지율에 부담이 될 듯하다. 그렇다고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다면 '법무 행정 공백' 등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다음날 예정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이번 개각 인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용 후보자가 물러나면서 여야의 화력이 김 후보자에게로 더욱 집중되는 모양새다.
그간 갈등을 지속해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김 후보자 문제에서는 이례적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장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결국 용혜인은 물러났다. 이제 김승원 차례"라며 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거꾸로 한동훈 의원을 수사하고 제명하겠다고 겁박한다"며 "그런다고 김승원의 범죄 행위들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해 일찌감치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1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며 "지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에게 김 후보자 낙마는 커다란 정치적 상처로 남게 된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에 이어 연이어 장관 후보자 낙마라 지지율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검찰청 폐지 이후 다음달 2일 출범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안착이라는 과제를 앞두고 주무 장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는 것은 정부 운영에 큰 부담이 된다.
민주당이 한동훈 의원의 폭로에 맞서 '자료의 출처'를 문제 삼으며 검찰개혁 전선으로 맞불을 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1일 국회 의원회관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에서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신약 임상실험 승인 청탁 의혹 관련 제넨셀·세종메디칼 주가조작 피해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의원은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내부 보고서와 녹취록 등 수사 관련 자료를 잇달아 공개해왔다. 이에 민주당은 극히 일부 수사 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었던 검찰 내부 문건이 한 의원에게 흘러간 경위를 문제 삼으며 이를 '검찰 캐비닛을 이용한 불법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 후보자의 임명을 밀어붙이는 선택이 청와대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최근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이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3.6%포인트 하락한 3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특히 진보층의 긍정평가는 일주일 만에 8.0%포인트 급락한 49.3%로, 부정평가 48.1%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민주당 지지율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5.7%포인트 떨어진 36.1%, 국민의힘은 4.5%포인트 오른 42.1%를 기록해 두 달여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민주당 지지도는 특히 진보층에서 10.0%포인트나 빠졌다. 중도층에서도 3.9%포인트 하락했다.
김 후보자 자체에 대한 여론 역시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0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한 응답은 전체의 47%로 '잘한 인선' 24%보다 높았다. 중도층에서도 48%가 김 후보자 지명을 잘못한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핵심 쟁점은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을 둘러싼 청탁 의혹이다. 한 의원이 공개한 브로커 양 씨와 김 후보자 등의 녹취에서 '오빠'라는 호칭이 등장하면서 국민의힘에서는 이를 '오빠 게이트'라고 부르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문제 역시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다.
김 후보자는 올해 2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공취모)'의 공동대표를 맡아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취소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된 뒤에는 다소 신중해진 모습이다. 김 후보자는 12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장관 취임 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검토를 지시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법령과 규정에 따라 모든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고,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지휘·감독하겠다"고 답했다. 정치인 시절의 입장이 장관 직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설명도 내놨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부터)·장동혁 대표·신동욱 최고위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결국 15일 인사청문회에서 기존 논란을 넘어 임명을 포기할 정도의 결정적 하자가 추가로 드러나는지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새로운 팩트'가 나오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욕을 먹더라도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벌써부터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15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5%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6%다.
전국지표조사(NBS) 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