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산모가 정기 산전진찰을 받기 위해 내원했다. 남편과 함께 태아가 잘 있는지 초음파를 보고 진료를 마무리하려는데, 남편이 질문이 하나 있다고 했다.
“산모가 임신 중 생선회를 너무나 먹고 싶어 하는데, 먹어도 괜찮을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혹시 모르는 걸 물어볼까 봐 내심 긴장했으나, 다행히 산모가 흔히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의외로 쉽게 대답하긴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사실 먹어도 괜찮을까 고민될 땐 그냥 안 먹는 게 상책이다.
산모들 가운데는 임신 전에 즐겨 먹던 생선회를 임신 중에 먹어도 되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AI 이미지.
의료 전문가로서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책임을 질 수 있는 의사는 더욱 조심스럽다. 의사가 “먹어도 됩니다”라고 ‘허가’를 해주면 산모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드실지 모를 일이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산모가 설마 부주의하게 음식을 먹겠냐고 생각하면서도, 의사는 그날 밤 잠들기 전 본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괜히 드셔도 된다고 말했나…’라고. 그러므로 “드시지 말 것을 권장합니다”라고 조언하는 게 의사 처지에선 무난하다.
그러나, 산모가 너무나 먹고 싶어 한다고 하지 않는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식감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고소하고 진한 감칠맛. 그리고 은은한 단맛의 여운까지. 이렇게나 맛있는 걸 임신 중 먹을 수 있는지는 사실 중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어 하는 걸 주고 싶은 남편의 애정과 고민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하필 생선회라니. 따라서 필자는 어떻게 대답해 드리면 좋을까 잠시 고민 후 말했다.
“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저는 너무 먹고 싶으면 조심해서 조금 먹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다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고 드시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산과학 교과서는 임신 중 해산물 섭취를 금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권장한다. 해산물은 태아에게 필요한 풍부한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중독 및 기생충 감염 우려로 날것으로 먹지 말고 완전히 익혀서 먹을 것을 권한다. 임신 전엔 걱정 없이 먹었던 생선회를 갑자기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위생 관련 문제와 수은 중독 위험 때문이다.
우선 산모는 면역력이 감소하여 식중독에 취약해진다. 위생 관련 위험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날생선의 특징상 임신 중 생선회 섭취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식중독으로 인한 고열, 구토, 설사는 산모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태아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위생적으로 관리가 된다면 매우 드물다고 하지만 기생충 감염도 간과해선 안 된다. 다행히 회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기생충은 산모의 장 내에만 머물고 태아에게 해를 주진 않는다고 한다. 다만 임신 중 약물 치료는 금기이며 치료가 까다로우므로, 아예 회를 먹지 않아 걸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한편, 해산물은 수은 중독의 우려가 있다. 자연적 원인 혹은 환경 오염 등을 통해 바다로 배출된 수은은 체내에 흡수되면 잘 배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수은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 고급 횟감으로 인기가 많은 참치가 먹이사슬 상위에 있는 대표적인 대형 어종이다. 음식을 통해 산모에게 들어온 수은은 태아에게 쉽게 전달되며, 태아의 뇌와 중추신경계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중에 특히 참치회는 섭취를 피하는 게 안전하다.
과거에 참치회를 콕 집어 먹을 수 있는지를 문의한 산모도 있었다. 너무나 절실함이 느껴져 “드시면 안 된다”라고 하지 않고 권고사항을 자세히 알려드렸다. 사실 참치 등 수은 중독 위험성이 높은 어종의 임신 중 섭취를 절대 금지하는 건 아니다. 산과학 교과서(미국 등)는 일주일에 170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보다 더 엄격해서 일주일에 100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수치를 나열하며 알려드리니 산모가 되물었다.
“170g 혹은 100g… 저기 그런데 이게 어느 정도 되는 양이죠?”
그러고 보니 참치회 100g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양인가? 필자도 말문이 막혀 멋쩍게 웃으며 “아! 그건 저도 감이 잘 안 오네요. 잠깐 같이 찾아볼까요?”라고 말한 뒤 산모와 같이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아직 인공지능이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참치회 한 조각의 무게를 찾아 계산해 보고 내린 결론은 대략 7~10조각 정도. 써는 두께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에 눈대중으로 안전하게 먹으려면 6조각 이하로 먹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펼쳐놓으면 성인 남성의 손바닥 반 정도를 덮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치회 100g이 어느 정도 양인지 감이 잡히자, 산모는 말했다.
“너무 양이 적고 불안해서 그냥 안 먹는 게 낫겠네요. 감사합니다.”
임신 중 섭취 가능하다고 하는 참치회의 양이 사실상 ‘가볍게 맛만 보는 수준’임을 깨달은 뒤로는 필자도 길게 설명하지 않고 “참치회는 안 드시는 게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산모가 생선회를 먹어도 되는지 질문한 남편에게도 참치보단 상대적으로 수은 함량이 낮고 양식이 잘 되어 있는 광어 같은 생선을 드시는 게 그나마 걱정이 덜 될 거라고 설명해 드렸다.
임산부는 늘 태아를 생각하며 먹는다. 산모가 먹고 싶은 음식을 참는 게 근거 없는 고통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 허지만 산부인과 전문의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안산병원에서 산모입원 전담 임상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아이산부인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따라가며 시기마다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아울러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생각과 도덕적 딜레마를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