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급락에 직면한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파리 오를리 공항 공군1호기에서 환송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0%대를 기록한 뒤에도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11일 발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는 38%로 최저치를 1주 만에 경신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37.4%로 집계됐는데 같은 집권 기간(집권 이후 66주) 윤석열 전 대통령(38.3%)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왔던 "국민들의 집단지성"은 현재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혹평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과연 국민들을 향해 메시지를 전달할 기회가 왔을 때,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지금 국민이 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은 정책 하나, 사안 하나에 대한 미봉책 같은 유감 표명이 아니다. 지난 1년여간 국정 운영 전반에서 반복되어 온 ‘정치적 무능’과 ‘정책적 무능’에 대한 정직하고 뼈아픈 성찰이다.
첫 번째는 ‘정치적 무능’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유능함’을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삼아 왔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준 행정 성과는 많은 국민이 그를 실천력 있는 지도자로 평가한 결정적 이유였다. 대선 당시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 역시 이러한 유능함을 강조하는 연장선에 있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른 뒤 국민이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결속해야 할 집권세력 내부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적대와 갈등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관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당내에서는 친명과 반명의 새로운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그 상징적 장면이 바로 여당 대표였던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공항 ‘패싱’ 논란이었다. 이는 정치적 자해행위였고, 그 누구도 이 대통령에게 이를 강요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행보는 스스로 ‘명청 대전’이라는 파괴적인 프레임을 마냥 지켜볼 뿐이었다. 아니, 일각에서는 앞장섰다고 강하게 의심한다. 국회의장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전당대회에서 '명픽'(이재명 대통령 선택)이라는 단어가 전면에 등장했다.
명청대전은 지지층 내부의 분열로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는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신조어가 확산됐다. 지지층을 결집하기는커녕 돌아서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일부 정치 스피커들이 대통령의 뜻을 앞세워 과거 민주개혁 진영의 인사와 지지층을 조롱하고 모욕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모든 유튜버와 논객의 발언을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름과 권위를 정치적 공격의 근거처럼 사용하는 세력이 계속 등장함에도 이 대통령은 침묵했다. 때로 그런 조롱에 힘을 싣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 결과 지지층 내부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온전히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이 있다.
그런 상황은 고스란히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디어토마토가 10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에 대해 "과거에 지지했지만 현재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28.4%로 "과거 지지 안했지만 현재 지지한다"(9.6%)보다 세 배 가까이 더 높았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사법리스크 문제에 직면했을 때 가장 앞에서 이 대통령을 보호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반명'(반이재명)으로 낙인 찍힌 상황에서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중도보수 확장론'이나 '제3의 길'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가깝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두 번째는 ‘정책적 무능’이다. 대선 공약 최우선 순위에 올랐던 검찰개혁의 과정마다 노출된 것은 확고한 ‘원칙’이 아닌 갈팡질팡하는 ‘혼선’이었다.
검찰개혁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를 둘러싼 정부조직법 개정안부터 최근의 공소청 직제안 논란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개혁의 주도면밀함이나 정교한 조율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책은 수정될 수 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힌 잘못된 정책을 과감하게 고치는 것 또한 유능함의 증거다. 하지만 중요한 국정과제가 발표될 때마다 설익은 정책이 던져진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마지못해 조정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국가 시스템 전반에 대한 깊은 불신을 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통령은 10일 행안부의 공소청 직제안 수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청 직제안은 법률을 토대로 만드는 대통령령 등의 시행령인데 대통령의 확인도 없이 발표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광민 민주당 경기도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주무 부서인 법무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 그리고 기획예산처까지 최소 3개 부처가 얽혀 긴밀히 협의해야 하는 중대한 법률안 아닌가"라며 "이토록 무거운 법안이 어떻게 '대통령도 모르게' 제출될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가의 중대사를 다루는 국정 운영 체계가 어쩌다 이토록 무책임하고 가벼워진 것인지, 그저 깊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계곡 정비보다 쉽다"며 큰소리쳤던 부동산 정책 역시 대통령의 근거 없는 자신감과 현장의 참혹한 괴리만 확인시켜 준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계곡정비 사업을 거론하며 부동산 정상화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은 행정기관의 단속이나 정비사업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급, 금융, 세제, 대출, 금리, 심리, 수요와 공급이 모두 얽혀 있는 고도의 정책 영역이다.
그런데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가 시장의 반발과 정치적 부담에 부딪히면 수정하고, 다시 다른 메시지를 내놓는 일이 반복된다면 시장은 정부의 다음 정책을 믿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던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마저 돌아섰다면 이는 단순한 보수언론의 공격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논란은 정권의 정책 설계 능력이 얼마나 결여돼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반복되는 정책 실패 앞에서 대통령은 더 이상 참모들의 무능이나 부처의 보고 누락 탓을 할 수 없다. 모든 정책의 최종 인사권자이자 최고 결정권자는 결국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 절실한 것은 기획된 홍보 전략이나 새로운 슬로건이 아니다. 형식적인 국민 대토론회를 열거나, 대통령의 메시지 톤을 조절해 대응하려는 일시방편적 처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일부 수정에 대한 비판을 두고 "강남의 집값이 떨어지는 건 안 보이느냐"라고 반박했다. 정부 정책의 긍정적 부분을 바라보지 않은 채 왜 비판만 하냐는 취지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6년 9월 1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강남구(-0.35%)와 서초구(-0.30% ) 부동산 가격이 떨어졌지만 강북구(0.46%), 도봉구·서대문구(0.43%), 관악구(0.41%) 등 강남권에서 시작된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판에 억울해 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진정으로 해야 할 말은 복잡하지 않다. 그간 보여준 국정 운영의 ‘무능’을 가감 없이 인정하고 고개 숙이는 일이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지지층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하고 분열을 방관했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중요한 과제 앞에서 치밀하지 못해 불필요한 혼선을 자초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이나 레버리지 ETF 상장은 너무 안일하게 접근했습니다" 과연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이 말들이 담길지 지켜볼 일이다.
뼈아픈 고백과 반성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어떤 소통도 정치적 쇼로 비쳐지며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