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사실상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중동 전쟁이 다시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친이란 후티 반군이 최근 홍해의 전략 요충지 모카항과 페림섬을 잇달아 장악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탈환을 위한 반격에 나섰다.
두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일각에서는 이란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곤궁에 빠드리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위치. ⓒ 구글 지도
브렌트유는 14일 오전(영국 현지시각) 거래에서 배럴당 107달러 선을 넘어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는 9월10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송유관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으로 일시 폐쇄되고, 13일 호르무즈 해협 게슘섬 인근에서 상선이 피격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데 따른 것이라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송유관에 드론공격을 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홍해 모카항구 둘러싼 공방, 예멘 피란민 8만 명 넘어
바브엘만데브 해협 초입에 위치한 모카 항구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2%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후티 반군은 9월10~11일 이 항구와 인근 두바브, 그리고 바브엘만데브 해협 중앙의 페림섬까지 잇달아 장악하며 홍해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했다.
이에 예멘 정부군은 13일 모카와 두바브, 타이즈주 일대 후티 반군의 거점에 공습을 가하며 반격에 나섰고,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 국경 인근 자잔·나즈란에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며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번 충돌로 8만6천 명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불과 며칠 전 집계된 1만8500명에서 급증한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 민방위국은 나즈란·카미스무샤이트·자잔·아브하 등 남부 4개 도시에 발령했던 공습경보를 14일 해제했다고 밝혔지만, 긴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란과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임시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열기로 했던 회의는 '대화에 더 적절한 여건'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오만 외무장관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란은 앞서 이 회의에서 임시항로 합의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자체가 불발되면서 협상 동력이 꺾인 모양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모습. ⓒ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두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자 국제유가는 9월2주차에만 8% 급등하며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14일에는 브렌트유가 3%가량 뛰며 107~108달러 선까지 치솟았다고 로이터와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글로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봉쇄 위협이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과, 수출이 안정되면 다시 80달러대로 내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함께 나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폐쇄하는 대신 '통행제한'과 '군사 통제구역 선포' 같은 단계적 압박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9월6일(현지시각) 이란 국영방송 IRIB에 출연해 페르시아만 전역을 아우르는 새 통제구역을 수일 내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두 해협의 완전봉쇄는 미국의 전면 개입을 부를 수 있는 만큼, 국제유가를 100달러 안팎에서 출렁이게 하며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관리된 압박'이 이란의 실질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