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입모아 AI 발전 속도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선뜻 법 제정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제 때문에 중국이 AI 발전에서 미국을 제쳐나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I 규제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 정치인들과 행정부 관료들은 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장이 2026년 9월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각) "AI 개발 속도 및 잠재적 위험성 관련 경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 최고의원들이 13일 의회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다만 구체적 정책이나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1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AI 모델 기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 CEO는 첫번째 이유로 AI가 급격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 차세대 AI 모델 구축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두번째로는 오픈AI의 에이전트가 지시나 목표와 상관없이 전혀 관련 없는 대상을 공격한 사건을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데이 CEO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제3자 평가자 팀에게 모델의 접근 권한 제공, 민주주의 국가 내 AI 기업들이 함께 공통된 안전 기준을 설정해 협력할 것, 세계 각국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 xAI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곧이어 아모데이 CEO와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1월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 연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기업인들의 주장에도 미국 정치인들은 AI 규제 신설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은 13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며 하원이 성급하게 규제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의장은 13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하원이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제한 사항에 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거부했다.
이는 미국이 규제를 신설했다가 AI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9일 폴리티코와의 에이미 클로부샤 민주당 상원의원과 존 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AI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크루즈 의원은 "중국산 살인 로봇보다는 미국산 살인 로봇이 낫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 AI 경쟁으로 죄수의 딜레마가 발생했다고 본다"며 "AI 지배력은 21세기의 최우선 국가 안보여서 양국 모두 AI 사용 제한에 관해 협력한다면 이득을 보지만, 양국은 상대방이 그런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도 있으며 AI 사용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 의원보다 더 적극적으로 규제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존슨 하원의장이 초당적 AI 태스크포스 형성을 거부하자 자체 AI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제프리스 의원은 13일 이 위원회가 곧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벤 갈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1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AI 문제 해결에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레고 의원은 "중국에 질 거라는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며 "AI는 일단 위험해지면 우리가 중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AI 규제 반대 입장 표명은 공화당 의원들의 소극적 움직임에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AI 분야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안전장치 마련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는 있으나 일부 부정적인 세력들이 괜히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AI 분야에서 이기는 세력이 결국 승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 이후 존슨 의장은 유사하게 NBC에 과도한 AI 규제가 미국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중국 기업의 힘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관료들도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미국 행정부 관료들은 뉴욕타임스에 일부 인사들이 AI 안전 위험에 관해 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클 가르시아 사이버보안및인프라보안국(CISA) 전 정책 부국장은 뉴욕타임스에 "(사람들이) 대통령보다 앞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전 부국장은 "기술 기업 임원들이 새롭게 입안될 수도 있는 정책 관련 소식을 듣고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표명하는 것을 봤다"며 "그 결과 정책이 변경되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절실히 필요한 새로운 국가 안보 정책 개발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