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정규장 마감 이후에도 저녁 8시까지 실시간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시작한다. 지난해 3월부터 시간외 거래를 사실상 독점해온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와 같은 시간대에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두 시장의 승부처는 '거래 가능 종목 수'다. 거래소 애프터마켓은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을 담아 약 2400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다. NXT보다 4배가량 많은 규모다.
다만 거래수수료, 거래 가능 시간 등 NXT가 보유한 장점도 뚜렷하다.
한국거래소가 정규장 마감 이후에도 실시간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14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날부터 오후 4~8시에 애프터마켓을 연다. 금융위는 9일 이를 위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업무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가장 큰 변화는 거래 시간과 방식이다. 기존 오후 4~6시 운영되던 시간외단일가 매매는 폐지되고 대신 정규장과 같은 실시간 접속매매 방식이 적용돼 체결 가능한 매수·매도 호가가 접수 순서대로 즉시 체결된다.
NXT와 비교한 거래소 애프터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거래 대상 기업의 수다.
NXT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제로 최근 6개월 하루 평균 거래량이 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묶여 있다. 이 한도 탓에 NXT는 분기마다 600여 개 종목만 골라 거래를 열어왔고, 카카오·대한항공·한화솔루션 등 대형주도 대상에서 빠져 있다.
거래소 애프터마켓은 거래 대상 종목이 기존 NXT 체제 때보다 늘어나는 만큼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관리종목과 투자경고·위험종목, 초저유동성 종목, 정리매매 종목 등은 제외된다.
시장 변동성 우려가 큰 상장지수상품(ETF·ETN)도 일단 거래 대상에서 빠졌다. 호가는 지정가로 제한하고, 가격 변동폭은 정규장과 동일하게 전일 종가 대비 ±30%를 적용한다. 급등락을 막기 위한 동적·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도 가동한다.
접근성 측면에서도 NXT보다 거래소 애프터마켓이 앞선다. 애프터마켓 참여 예정 증권사는 38곳으로, 거래대금 기준 시장점유율이 95.2%에 달한다. 대부분 투자자가 기존에 쓰던 증권사를 통해 그대로 참여할 수 있다.
거래소가 종목 수와 접근성에서 앞선다면, NXT는 비용과 선점 효과를 무기로 들고 있다.
NXT의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보다 약 30% 낮아 비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거래 가능 시간대도 오후 3시40분부터 8시까지로, 거래소 애프터마켓보다 이르게 열어 정규장 종료 직후 매매 수요를 먼저 흡수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1년 넘게 시간외 실시간 매매 시장을 단독 운영하며 투자자와 증권사 시스템을 선점해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시간외 실시간 장터가 열려도 투자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시장이 오후 4~8시로 시간대가 겹치는 만큼 투자자는 원하는 시장을 골라 거래할 수 있다. 투자자가 시장을 따로 지정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최선집행 기준에 따라 더 유리한 시장으로 주문을 넘긴다.
거래소 애프터마켓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의 첫 단추다. 금융당국은 내년 오전 프리마켓 도입을 거쳐 장기적으로 24시간에 가까운 거래 체계를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