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장관 겸직 논란에 휩싸였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 앞에서 물러났다. '현역 불패' 공식이 성평등부에서만 두 번째로 깨졌다. 특히 용 후보자에게 결단을 요구한 쪽은 민주당이었다.
청와대는 지명 철회 부담을 덜었지만, 청문 전선은 곧바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9월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 후보자는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께서 저를 믿고 큰일을 맡겨주셨던 믿음에 감사드리고, 또 그 소임을 미처 다해내지 못해 송구하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의 사퇴는 8월30일 장관 후보로 지명된 지 2주일 만이다. 같은 날 발표된 2기 개각 명단에서 나온 첫 낙마다. 지난해 6월 정부 출범 이후 장관 후보자가 임명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청문회를 열기도 전에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 의원 후보자의 중도 하차는 2025년 7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번 모두 성평등가족부에서 나왔다.
현역 의원은 공천과 선거를 거치며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받는다. 소속 정당의 뒷받침도 있어 청문회를 비교적 순탄하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소위 '현역 불패'란 공식도 생겼다. 그런데 성평등부에서만 이 공식이 연달아 두 번째 깨진 것이다.
용 후보자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저를 돌아보고 겸허하고 성숙한 자세로 의정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결국 논란의 발단이었던 비례대표 의원직은 지키고 장관 후보직을 포기한 셈이다.
지명 직후부터 논란은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함께 맡겠다는 태도에 쏠렸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의원직을 내놓으면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으로 밀려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여론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았다. 배우자의 당직 '셀프 임명' 의혹과 기본소득당 사당화 논란까지 겹치면서 비판은 오히려 커졌다.
용 후보자는 8월31일 페이스북에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다"고 적었다. 지난 9월10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며 버텼다. 하지만 결국 여론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도부마저 용 후보자의 사퇴를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민석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심을 종합한 김 대표의 자진사퇴 권유를 비서실장인 제가 용혜인 후보자에게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옮겨갔다.
민주당은 이날 용 후보자 사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대신 김 후보자 엄호에 곧바로 나섰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조국혁신당·진보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과거 김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표적 수사'였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용 후보자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규정했다. 이제 화력을 김 후보자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용 후보자의 사퇴는 이번 인사 참사 수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다음은 역대급 기득권 카르텔과 불법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차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