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 리비에라의 한 미술관에서 8일(현지시각) 새벽 5시48분 경보음이 울렸다.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도둑들은 르누아르의 그림 두 점을 들고 달아났다.
명화는 값이 수백억 원에 이르러 암시장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도둑들은 팔지도 못할 그림을 훔쳐갔을까.
8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르누아르 미술관에서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명화 두 점이 도난당했다. 도난당한 두 그림은 모두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 대여한 작품이었다. ⓒAFP통신
프랑스 경찰은 이날 프랑스 리비에라의 르누아르 미술관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 두 점이 도난당해 도주범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범인 두 명은 경비원의 교대 시간을 틈타 미술관 철조망 사이로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르누아르의 작품 네 점을 훔치려 했지만 경찰을 피해 달아나며 두 점은 미술관 정원에 버리고 도망갔다.
아직 찾지 못한 작품은 르누아르의 1910년 작 '콜로나 로마노 부인의 초상'과 1886년 작 '우물가의 젊은 여성'이다. 범인이 훔치려 했던 네 점의 평가액은 합치면 약 900만 유로(약 1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난당한 르누아르의 두 작품 '콜로나 로마노 부인의 초상'(왼쪽)과 '우물가의 젊은 여성'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예술품이 도난당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르누아르 명화 사건'은 지난해 2025년 10월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8800만 유로(약 1400억 원) 상당의 왕실 귀금속이 도난당한 지 1년이 채 안되어 벌어진 일이다. 당시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이 단 7분 만에 뚫려 루브르의 허술한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도둑질로 얻은 미술 작품은 당연히 경매에 내놓을 수도 없고, 팔려고 하면 도난 작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위험이 있다. 정상적인 미술시장에서 판매되기 어려운데 명화 도난 사건은 시기를 막론하고 빈번히 발생한다.
실제로 도난한 그림이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해 결국 팔리지 못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1988년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르크 샤갈의 작품 '오셀로와 데스데모나'가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이 작품은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행방이 묘연했다가 30년이 지난 2017년이 되어서야 범인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이유는 '팔지 못해서'였다. 당시 해당 작품을 구매하려던 갤러리 측이 작품의 소유권과 출처가 명시된 서류가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해 거래가 불발됐다.
미국 연방수사국 FBI가 공개한 마르크 샤갈의 작품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FBI 홈페이지
이렇듯 명화가 아무리 가치있는 작품이라도 구매자를 찾지 못한다면 이를 처분해 현금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몇몇 범인들은 훔친 명화를 볼모 삼아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범인이 요구하는 돈을 주고서라도 작품을 돌려받으려는 미술관 측의 절박함을 악용하는 것이다.
실제 1972년 9월4일 캐나다의 몬트리올 미술관에선 명화 및 보석류 작품 총 18점이 도난당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범인들은 훔친 작품 중 하나의 작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50만 캐나다 달러(현재 가치 약 37억 원)를 요구했다. 최종적으로 그의 절반 수준인 25만 캐나다 달러(약 19억 원)에 협상됐고 미술관은 해당 작품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아 나머지 열 일곱개의 작품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선주문'을 통해 그림이 팔리는 경우도 있다.
2010년 5월20일 프랑스 역사상 최대의 예술품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의 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서 1억 달러(약 1350억 원)에 달하는 미술 거장들의 작품 5점이 도난당했다.
범인은 프랑스 국적의 베란 토미치로 밝혀졌다. 그가 훔친 그림 중엔 이탈리아의 화가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의 명화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모딜리아니의 팬이었던 익명의 구매의향자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범인에게 미리 주문했다고 한다. 범인은 당시 범행 과정을 설명하며 "미리 구매자가 연결되지 못했다면 그림을 훔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고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