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비례대표 의원직·장관직 겸직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정치권 안팎의 시선은 회견장에 서 있던 한 당직자의 문신에 쏠렸다.
공식석상에서 문신을 드러낸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진 데 이어, 개인의 자질과 능력까지 문제 삼는 인신공격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당 대변인인 김진서 최고위원. ⓒ연합뉴스
지난 9일 기본소득당 노서영·신지혜 대변인과 김진서 부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 후보자를 둘러싼 ‘유령사무실’,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사당화 등의 논란에 대해 반박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문신 노출을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본의 아니게 개인적인 이슈로 논란이 생긴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 부대변인은 긴소매 옷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서 앞선 기자회견과 달리 문신을 가렸다.
그러면서도 문신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보다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작년 국회에서 타투가 합법화된 만큼 조금 더 진취적인 논의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의 이 같은 답변은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본소득당 기자회견에서 비롯된 문신 노출 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시 기본소득당은 용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장관직 겸직 의사 등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 부대변인은 이날 검은색 반소매 재킷을 입고 있었고, 왼팔 아래로 커다란 꽃 문신이 드러났다. 이후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보다 김 부대변인의 문신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공식석상에서 문신을 드러낸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공식 행사인 만큼 문신을 가리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이 개인의 외모와 정치적 자질을 연결하는 인신공격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문신을 근거로 해당 당직자의 업무 능력이나 자질을 평가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문신에 대한 국내 사회의 인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문신을 보면 혐오감이 든다’고 답했다. ‘문신을 한 사람을 불량하거나 무섭게 느낀다’는 응답도 66%에 달했다.
직업에 따른 인식 차이도 나타났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의 경우 61%, 초·중·고 교사는 63%, 대학 교수는 53%가 문신의 크기와 관계없이 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60대에서는 ‘문신이 혐오스럽다’고 답한 비율이 71%에 달했다.
반면 이 같은 인식과는 별개로 국내에서 문신을 경험한 사람의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문신 시술 이용자는 반영구 화장을 포함해 약 1300만 명으로 추산됐다.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특히 20~30대에서 타투 시술 경험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문신을 바라보는 제도적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제도화하는 문신사법이 지난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문신 시술을 둘러싼 법적·사회적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해당 법은 2027년 10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미용 목적의 문신을 한 비의료인의 시술과 관련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하면서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기도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오늘의 판결은 문신 사업 도약의 시작을 알리는 분명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신이 더 이상 일부 사람들의 개성 표현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문화이자 자기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성품이나 능력을 재단하는 것은 시대 변화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모든 문신이 패션이나 개성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문신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실제 생활에서 타인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세종소방서 소속 임경훈 소방관은 유사시 장기·조직 기증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가슴에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구를 문신으로 새긴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세종소방서 소속 임경훈 소방관의 타투. ⓒ인스타그램
2000년대 중반에는 의사들이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의 몸에 이름과 연락처 등을 문신으로 새겨 실종을 예방하는 이른바 ‘사랑의 이름표 봉사단’ 활동도 소개됐다.
가족을 잃은 뒤 고인을 기억하기 위해 얼굴이나 의미 있는 문구를 몸에 새기는 경우처럼 문신을 추모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