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써온 핵심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멈췄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요충지를 장악했다.
중동산 원유가 빠져나오는 주요 길목 두 곳이 모두 위험해지면서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산 원유가 빠져나갈 길이 좁아지면서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미국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 모습. ⓒ연합뉴스
9월12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동맹 세력인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 관문까지 틀어쥐면서, 확전을 지렛대 삼아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한 주 사이 중동의 원유 수출로는 눈에 띄게 좁아졌다.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은 11일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요충지 페림섬을 장악했다. 같은 날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통로인 동서 송유관이 이라크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베남 벤 탈레블루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미 해군 호위를 받는 선박이 조금씩 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영향력을 일부 잃고 있었고, 이를 다른 곳에서 되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사우디와 예멘 쪽에서 홍해 공세를 강화해 이 손실을 만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예멘에서 후티가 거둔 성공으로 상황이 다시 이란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다"며 "이란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게 하면서도 현상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치솟는 유가도 이란에게 유리한 협상 환경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9월11일 한때 배럴당 약 110달러까지 올랐다. 전쟁 전보다 50%가량 높은 수준으로, 이는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의 외교적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란과 오만은 9월14일 다른 걸프 국가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이란의 해협 통제권이 일정 부분 인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은 몇 주째 해협 공동 관리 방안을 협의해 왔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이런 흐름이 결정적 전환점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와 잇따른 제재로 이란 역시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에너지부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은 이라크 영토에서 날아온 드론의 공격을 받은 뒤 예방 차원에서 가동을 멈췄다.
동서 송유관은 이란·이라크 전쟁으로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막혔던 1980년대에 건설됐다. 아라비아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의 얀부항까지 1201㎞ 이어진 규모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올해 이 송유관의 수송 능력을 전쟁 전보다 30%가량 많은 하루 최대 700만 배럴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