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가능한 사랑'이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았다.
한국 영화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은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이창동 감독이 9월12일(현지시각) 제83회 베네치아(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새 영화 '가능한 사랑'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고 있다. ⓒ베네치아영화제
베네치아영화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 팔라초 델 치네마(영화의 궁전)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가능한 사랑'을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 다음가는 상으로, 한국 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황금사자상은 덴마크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 돌아갔다.
이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 사이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건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주연 배우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 생명을 준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네 배우에게 감사하다. 이 상은 여러분의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을 받은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주연을 맡은 문소리 배우도 마르첼로마스트로얀니상(신인배우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으로 이 감독의 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모두 5개의 상을 받게 됐다. 베네치아에서 받은 3개에 더해 칸영화제에서는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2010년 '시'가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다가 넷플릭스와 손잡으면서 완성돼, 이 감독의 첫 넷플릭스 영화가 됐다.
해고 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경구 배우가 해고 노동자 '호석'을, 전도연 배우가 호석의 아내 '미옥'을 연기했다. 조여정 배우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를, 조인성 배우는 예지의 남편 '상우'를 맡았다.
영화는 9월6일(현지시각)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현지 비평가 평점에서 줄곧 선두권을 지켰다. 폐막식 하루 전에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주는 국제비평가상도 받았다.
수상 소식에 정부의 축하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 뤼미에르 서밋에서 감독님과 배우분들을 뵀을 때 작품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직접 전해 들었다"며 "그때의 기대가 좋은 결실로 이어져 더욱 기쁘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9월7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영화·영상산업 정상회의인 뤼미에르 서밋에서 이 감독과 배우들을 만났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02년 '오아시스'에 이어 24년 만에 베네치아에서 거둔 이 눈부신 쾌거로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위대한 이정표를 세우셨다"고 했다.
최 장관은 이어 "끊임없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감독님의 깊은 예술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며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배우님과 제작진 여러분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은 9월23일 국내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2027년 3월 열리는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한국 대표로 출품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