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스웨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서 공동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눈앞에 둬 유럽 SMR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건설이 미국을 중심으로 SMR 사업을 넓히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은 유럽을 주요 무대로 삼는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함께 지은 국내 대표 원전 시공사다. 그러나 SMR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무대를 향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미국을 중심으로 SMR 사업을 넓히는 것과 달리, 삼성물산은 유럽을 주요 무대로 삼는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 사진은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이 칼 테데엔 스투드스빅 CEO와 공동개발협약(JDA)을 체결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GVH의 'BWRX-300' 모습. ⓒ삼성물산, GVH
9월13일 건설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스웨덴에서 경쟁을 거쳐 신규 SMR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업무협약 위주로 이어져 온 유럽 SMR 사업이 실제 사업 참여 단계로 한 걸음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뉴스케일과 GVH 등 복수의 기술선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설계·기자재 조달·모듈러 시공을 포함한 EPC 역할을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9월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GVH와 함께 스웨덴 원전기업 스투드스빅이 주관하는 신규 원전 사업의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스투드스빅은 1947년 스웨덴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의 중심 기관으로 설립된 원자력 기술기업이다. 신규 원전 개발부터 기존 원전 서비스, 해체까지 원자력 산업 전반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GVH의 300MW급 SMR 'BWRX-300' 4기를 지어 모두 1.2GW의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30년대 중반 상업운전 시작을 목표로 한다.
BWRX-300은 원자로에서 물을 끓여 만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비등경수로' 방식이다. 올해 4월 운영허가 신청도 마치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서 서구권 첫 상업용 SMR로 건설되고 있다.
공동개발협약은 참여사들이 역할을 나눠 사업 개발을 함께 진행하기로 약속하는 단계다. 스투드스빅은 이번 협약이 최종투자결정(FID)이나 건설 인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주 실적으로 바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는 뜻이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SMR과 대형원전 등으로 2.5GW 규모의 신규 원전 설비를 확보하고, 2045년까지 10GW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 규모 1.2GW는 2035년 목표치의 절반에 가깝다.
삼성물산은 2021년 뉴스케일에 약 7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뒤 유럽 SMR 시장에서 점차 영토를 넓혀왔다.
2023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뉴스케일, 플루어 등 5개사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유럽 SMR 사업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24년엔 플루어 등과 함께 루마니아 사업의 기본설계(FEED) 2단계에 참여했다. 기본설계는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산정하기 위한 설계 단계다.
이어 스웨덴 SMR 개발사 캐른풀넥스트, 에스토니아 페르미에네르기아, GVH, 폴란드 SGE와 차례로 협력을 맺었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대형 원전보다 SMR에 보다 적극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대형 원전은 한수원·한전과 함께 참여하는 G2G(정부 대 정부) 방식으로 제한적 대응에 나서고, 독자 EPC로는 SMR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건설도 유럽에서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7·8호기 설계를 맡고 있다. 다만 SMR 사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현대건설은 2021년부터 홀텍과 SMR 협력 계약을 맺고 사업 독점권을 확보해왔다. 올해 4월 최초호기 건설을 시작한 테라파워와도 협력을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발전시켰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미국에서 가장 시공이 빠를 수 있는 3.5세대 SMR(홀텍)과 4세대 SMR(테라파워) 시공 기회를 모두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삼성물산의 SMR 사업은 대부분 유럽에 몰려 있다. 삼성물산이 추진하는 12.2GW 규모의 SMR 사업은 스웨덴·폴란드·에스토니아·핀란드 등지의 11.7GW, 루마니아에서의 0.5GW로 구성된다.
무대는 다르지만 두 회사가 겨냥하는 지점은 비슷하다. 최초호기에 이어 같은 노형을 반복해서 짓는 후속호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유럽 여러 국가에 같은 노형을 반복해서 지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스웨덴에 들어가는 BWRX-300은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에스토니아·폴란드 사업과 같은 노형이다. 현대건설도 테라파워와 맺은 기본협약에서 후속호기 EPC 독점 시공권을 확보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전략을 두고 "초기 SMR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글로벌 SMR 시장에서 반복 수주 기반의 구조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