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연임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대신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야당은 발끈했고, 이에 청와대 홍보수석은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의 발언은 "연임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뜻풀이를 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김혜경 여사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포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취임 초기 해외 일정을 많이 잡은 이유를 설명하며 "어쨌든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빨리 (정상외교를)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오래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사흘 전 공개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책임 강화와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다음 날인 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은 '연임 안 한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하고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9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이 (개헌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 하나, '연임 개헌'"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도둑질 안 하겠다고 굳이 말해야 하냐'라고 한다. 그러면서 '연임 불가 선언'은 끝내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파리 동포간담회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논란과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연임 개헌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성 수석은 이어 '연임 안 한다로 직결해서 이해해도 되겠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내놓은 발언을 두고 청와대 참모가 뜻풀이에 나선 셈이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여러 논란에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직접 대응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처럼 홍보수석이 대통령 발언의 뜻을 대신 설명하는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다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테면 올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 청년 후보 기탁금 문제를 언급했다가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을 때 이 대통령은 직접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당무 개입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법이 금지한 당무 개입과 대통령이 당원으로서 의견을 밝히는 것은 다르다며 자신의 뜻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런 이 대통령이 유독 연임 문제를 두고는 자신의 의지를 직접 밝히기보다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개헌과 이 대통령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공식 개헌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자신의 재출마 가능성이 거론되자 "현행 헌법에 개헌 당시 재임 대통령에는 연임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며 현행 헌법 조항을 근거로 논란을 차단했다.
취임 뒤에는 조정식 국회의장이 올해 7월28일 현직 대통령에게 연임제 개헌을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주권자 국민의 선택 문제"라고 말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야권이 반발하자 국회의장실은 곧바로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 아니다"라고 진화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다선 의원들과 잇달아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도 지난달 알려졌다. 특히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7월 초 골프 회동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 대통령이 "내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8월14일에도 엑스에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하는 것이 자신의 공약이자 일관된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개헌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임기 단축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다시 "대통령 한 번만 하겠다고 선언하면 된다"며 연임 불가 선언을 요구했다.
의심이 야권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지난달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이 대통령이 개헌 시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에 63%가 동의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월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