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 법원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을 통한 도피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검이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대사 임명을 "도피가 아닌 적법한 인사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022년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채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범인도피·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한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비서관,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공범 전원도 무죄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김건희·채해병 등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을 포함해 모두 8건의 형사재판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까지 7건에서 1심 판단이 나왔고, 채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사건만 1심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그간 재판 결과는 윤 전 대통령에게 대체로 불리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평양 무인기 투입에 따른 일반이적 혐의는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는 1심 징역 5년에서 2심 징역 7년으로 형량이 늘어난 뒤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김건희특검이 기소한 사건에서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은 1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무죄 판결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5월28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약 석 달만에 나온 두 번째 1심 무죄이자, 채해병특검이 기소한 사건에서는 첫 무죄다.
재판부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무죄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원수로서 고유한 권한을 갖고 이종섭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한 경위를 보면 호주대사가 도피 목적은 아니고 인사권 행사 일환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며 "임명 행위가 누군가 범인을 도피시키려고 이뤄진 측면만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공수처에서 논란되는 사람' 정도로 추상적으로 인식하는 데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형사처벌이 구체화된 범죄로 인식하고 공수처 수사를 저지·방해하려는 의사를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통상적 직무수행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을 뿐, 상호 간 도피를 암묵적·기능적으로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이번 무죄가 채해병 수사외압 본안 재판까지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판결은 '대사 임명이라는 인사권 행사'와 '공수처 수사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라는 특정 쟁점에 국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사외압 의혹 본안은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외압을 행사했는지가 핵심 구도여서, 이번 판결의 논리를 단순 적용하기엔 쟁점 자체가 다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은 "올바른 판결"이라며 특검의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 특검팀은 선고 직후 항소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