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 와중에 이란은 빠르게 미사일 재생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를 점치는 분위기다.
이같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천연가스 생산, 유통이 어려워지면서 한국에서 겨울철 난방에 쓰이는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들이 2026년 9월2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을 포함한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이 지하 시설에서 빠르게 미사일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미사일 재고는 바닥을 보이고 있다.
◆ 이란, 빠르게 탄도미사일 재생산 중, 미국은 발만 동동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비축해둔 부품을 이용해 지하 시설에서 탄도 미사일 생산을 재개했다"며 "이란은 액체 추진 미사일과 고체 추진 미사일을 조립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내 여러 지하 시설에서 활동이 포착됐으며, 새로운 지하 조립 시설을 건설하려는 시도도 발견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성 사진을 통해 이란이 파괴됐던 미사일 기지 터널 입구를 복구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짐 램슨 전 CIA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전부터 이란이 완성된 탄두, 기체, 유도 및 제어 시스템 등 미사일 부품을 비축해 두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 크게 약화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이란이 새로운 미사일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며 미사일 프로그램의 사실상 파괴를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 직후 전쟁이 즉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란 지도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6년 7월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언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미국도 미사일 재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정책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8월19일 기준 미국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전쟁 발생 전과 비교해 34%만 남았고, 사드 탄도 미사일은 60%정도만 남았다.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재고는 66%로 줄었으며, 육군 전술 미사일 시스템(ATACMS)용 미사일과 정밀 타격 미사일(PrSM) 재고도 거의 소진됐다.
미국 미사일 재고를 채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SIS는 "미국 미사일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재고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만 수 년,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또 수 년이 걸릴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에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고위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돼 남은 임기 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비공개적으로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 난방비 높일 겨울이 오는데 한국 천연가스 가격 상승 가능성 높다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중동에서 천연가스 생산 및 유통에 꾸준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5분의1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IEA는 북미와 아프리카의 신규 생산량 증가와 아프리카, 러시아, 아시아 기존 시설의 원료 가스 공급 개선이 감소분의 4분의3을 상쇄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LNG 생산량은 3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이에 동북아 LNG 현물 가격은 9월3일부터 24달러(약 3만2천 원)를 넘으며 1년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민간에너지협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이다. 한국은 가정용 난방에 주로 LNG를 쓰는데, 특히 11~3월 사이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한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주 LNG 수입처는 호주(약 31.4%), 말레이시아(약16.1%), 카타르(약14.9%) 순이었다. 이들 국가에서는 모두 LNG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중동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은 나라로, IEA는 전쟁 이후 카타르의 LNG 카고 수출이 9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호주의 경우 9월부터 3월까지 한국에 LNG를 수출하는 생산기지가 모여있는 호주 서부, 노던 준주, 퀸슬랜드에 태풍이 발생해 생산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올해 3월 태풍 '나렐'의 상륙으로 실제 LNG 플랫폼 및 항구가 기상 악화로 폐쇄돼 가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8월 단기 에너지 전망을 발표하며 LNG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은 운송 거리가 밀고 수송 시간이 길며,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가동 등 이유로 자국 내 소비가 급증해 가스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달성해 수출용 LNG 물량을 자국 내 소비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