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조건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겠다고 잇달아 공언하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매표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전날 배당금 공약을 내놓은 데 이어 오바마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 가입자 100만 명에게 1인당 500달러(약 67만 원)씩 환급하겠다고 밝혔다고 미국 매체 타임(TIME)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사이 '5천 달러 배당금'과 '5백 달러 환급'이라는 현금지원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면서,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돈으로 사려 한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도 환급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도 없이 액수만 앞세운 발표가 이어지면서, 이를 '선거용 매표'로 규정하는 목소리는 야당을 넘어 공화당 내부로까지 번지고 있다.
배당금 공약, 공화당 내에서도 "뇌물"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승리하는 것이다"며 "모든 성인에게 '트럼프 배당금'이라 불릴 5천 달러(약 670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1조3천억 달러(1750조 원)에 달하는 이 지급안은 즉각 논란에 휩싸였다.
공화당 내부의 재정 매파 의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랄프 노먼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은 40조 달러(약 5경3844조 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비현실적이다"고 잘라 말했다.
칩 로이 공화당 하원의원도 "최소한으로 말해서, 1조5천억 달러(약 2018조 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유발성 적자지출은 내가 선호하는 중점이 아니다"고 밝혔다.
공화당 주요 후원자인 조 론스데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도 엑스(X, 옛 트위터)에 "'빵과 서커스'식 뇌물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었다.
정책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 허황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이아 맥기니어스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모든 진영의 정책 전문가들이 경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골드와인 CRFB 정책국장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5천 달러의 배당금 발표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세 차례를 합친 것보다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며 "이 정책이 성사될 경우 향후 모든 정치인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1조 달러(약 1345조 원)를 약속하면 된다는 잘못된 교훈을 남길 것이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 안 밝혀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약속한 5천 달러 배당금의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돈이 있다면 왜 지금 주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관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며 민주당을 탓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태도는 더욱 논란이 됐다. 존 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배당금과 관련한 법안통과 가능성을 두고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5천 달러 배당금과 500달러 환급안 모두를 "선거용 매표"로 규정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으로 국민을 더 아프고 가난하게 만든 뒤, 이제 세금으로 표를 사려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