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승진 첫해 1조 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조선업 이외 새로운 분야에서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특히 8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발전용 엔진 공장 증설은 HD현대중공업 자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마린엔진 등 HD현대그룹의 다른 계열사까지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규모 발전용 엔진 공장 증설로 자체 실적과 함께 계열사 성장에서도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인 이 부회장이 9월1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제23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엔진사업 가동률 100% 넘고 영업이익률은 25% 육박
9월11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엔진기계 사업부문이 ‘풀(Full)생산’ 기조를 유지하며 전체 실적개선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문의 2분기 가동률을 보면 HD현대중공업이 113%로 초과 생산을 달성하고 있고 전남 영암의 100% 자회사 HD현대엔진은 100%를 기록했다. 앞서 2025년 가동률을 보면 HD현대중공업 112%, HD현대엔진 99%로 나타났다. 현재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선박용 엔진으로 파악되는데 우호적 조선업황이 엔진사업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은 모든 부문(상선, 함정,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성을 내면서 그 기울기도 가파르게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은 2025년 18.3%에서 2026년 1분기 20%를 돌파(21.1%)했고 2026년 2분기 24.8%에 이르렀다. 2분기 기준으로 호황 구간에 접어든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 17.8%보다도 7%포인트 큰 수치다.
전방산업인 조선업 호황과 함께 엔진수요도 급증하는 상황에서 자체 브랜드 ‘힘센엔진’을 앞세운 선박용 발전기 중속엔진 분야 세계 1위(점유율 35%) 경쟁력이 판매가격을 끌어올리면서 높은 수익성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사업부문은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업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기여도가 의미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1조 투자 결단, 2030년 가동률은 다시 100% 바라봐
이상균 부회장은 2025년 10월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인사에서 승진했다.
198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40년 넘게 그룹에서 일하며 쌓아온 이 부회장의 경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다.
이 부회장은 승진 이후 그룹의 대표 사업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대규모 투자를 결단했다. HD현대중공업은 9월10일 울산에 8336억 원을 투자해 3GW(기가와트) 규모의 힘센엔진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진행된 SMR 주기기 전용 공장(2386억 원) 투자와 합치면 모두 1조 원이 넘는 수치로 이 부회장이 현재 자리에 오른 뒤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개시되는 것이다. 이번 신규 투자로 조성되는 엔진공장에서는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에도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과 함께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계약 문의 상황은 긍정적이고 협의를 진행하는 공사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규 투자 시설은 2028년 5월 준공한다. 202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것인데 2030년이 되면 ‘풀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과 증권업계 안팎의 전망을 종합하면 육상 발전용 엔진을 생산하는 신규 공장의 가동률은 2028년 30%로 시작해 2030년 빠르게 10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용 엔진이 AI 데이터센터의 ‘온사이트(On-Site)’ 발전원으로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환경도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글로벌 가스터빈 생산기업 5곳은 모든 생산능력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이 증설을 결정하더라도 새로운 가스터빈 물량이 들어오는 시점은 2031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용 엔진이 리드타임(공급 기간)이 짧아 대안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시장에서 사업 기회도 넓어지는 셈이다.
HD현대그룹에 따르면 최단 공급 기간이 가스터빈 4년인 것과 비교해 가스엔진은 1년9개월에 그친다. 발전용 엔진은 연료비, 설비투자비 등을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에서 가스터빈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AI 데이터센터 전력 병목을 돌파할 현실적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11일 HD현대중공업 분석보고서에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설 과정에서 전력망 접속 지연과 가스터빈 공급 제약이 상존하면서 상대적으로 짧은 리드타임으로 현장 전력을 제공할 발전용 엔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급 우위 환경이 지속해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운영·정비(O&M) HD현대마린솔루션, 터보차저 HD현대마린엔진 동반성장 갈까
이상균 부회장의 투자 결정에 따른 온기는 그룹 계열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마린엔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마찬가지로 조선업 호황과 함께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엔진사업은 2030년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을 가속화할 든든한 우군인 셈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엔진 설치 뒤 부품 운영·정비(O&M) 등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우선 AI 데이터센터용 엔진은 24시간 운전하는 특성상 95%(연간 8천 시간) 이상의 가동률이 예상되는데 이는 연간 4천 시간 가동되는 선박용 발전엔진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관련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높은 가동 강도에 따라 정비 주기 단축과 유지보수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발전용 엔진사업을 확대하면 이와 동시에 HD현대마린솔루션의 사업 기회는 더 가파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사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6년 5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AEG와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 유지보수’ 협약을 맺고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시장에 진출했다. 이 약속은 HD현대중공업이 4월 AEG와 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이어진 것으로 그룹 차원에서 연계해 수주했다는 측면이 크다.
HD현대마린엔진도 HD현대중공업으로 납품하는 터보차저 물량이 늘면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터보차저는 엔진 배기가스의 에너지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고 그 회전력으로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를 안으로 밀어 넣는 장치다. 엔진의 출력과 토크를 높이고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는 핵심 부품이다.
HD현대마린엔진은 자체적으로 제조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2005년 중형엔진용, 2010년 대형엔진용으로 세계일류상품에 지정되는 등 터보차저를 주요 제품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HD현대마린엔진은 HD현대중공업과 거래로 전체 매출의 8% 이상을 올리고 있다.
김대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11일 조선산업 보고서에서 “HD현대중공업의 엔진 생산능력 증설은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마린엔진의 O&M, 기자재까지 긍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2028년을 기점으로 발전용 엔진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만큼 HD현대중공업 이외에 다른 두 계열사의 데이터센터용 사업 비중도 확대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