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텍사스가 올해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37세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가'(MAGA)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공화당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을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앞서고 있다.
공화당의 안방으로 여겨졌던 텍사스가 흔들리자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팩스턴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다.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켄 팩스턴 공화당 후보(왼쪽)와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 ⓒ AP통신/연합뉴스
미국 매체 엔플러스 유니비전이 9일(현지시각)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탈라리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가 48% 대 43%로 팩스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앞섰다고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전했다.
이 여론조사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개막 즈음에 발표된 것이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텍사스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이후 40년 넘게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 후보만 선택했고,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1990년 이후 공화당 후보가 연이어 당선된 미국 보수의 심장같은 지역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TK(대구경북) 같은 곳이다.
탈라리코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는 텍사스주 하원의원이자 신학교 재학생이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올해 3월 민주당 경선에서는 강경파로 꼽히던 재스민 크로켓 연방 하원의원을 꺾고 상원의원 후보로 확정됐다.
공화당 쪽은 올해 5월 말 공화당 경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팩스턴 검찰총장이 현직 상원의원 존 코닌을 누르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문제는 이후 나온 여론조사들에서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공화당의 텃밭에서 이례적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자 공화당 쪽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올해 7월 말 여론조사업체 텍사스퍼블릭오피니언리서치(TPOR) 조사에서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는 45% 대 40%로 팩스턴 공화당 후보를 5%포인트 앞섰는데, 이는 본선 국면 여론조사 가운데 최대 격차였다.
그 뒤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 발표된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유고브의 여론조사(48% 대 43%)와 파브리치오워드·임팩트리서치 조사(48% 대 44%)에서도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의 우위는 이어졌다.
비영리 여론조사 분석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올해 8월 이번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를 사실상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의 '초박빙'(toss-up)으로 재분류하기도 했다.
여기에 팩스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팩스턴 공화당 후보는 2023년 뇌물수수와 공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됐다가 주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고 직무에 복귀한 이력이 있다.
그 뒤 2025년에는 부인이자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앤절라 팩스턴이 남편의 혼외정사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사생활 논란까지 겹쳤다. 39년간 이어온 정치적 동반자 관계가 파국을 맞으며, 이 문제는 민주당 진영의 대표적 공격 소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은 9월5일 팩스턴 공화당 후보 지원을 위해 1천만 달러(약 135억 원)를 전격 투입했다.
이 가운데 500만 달러(약 67억 원)는 팩스턴 후보를 지원하는 광고에, 나머지 500만 달러는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를 향한 공격 광고에 쓰였다.
이는 트럼프 진영이 올해 중간선거 국면에서 특정 선거구에 투입한 첫 대규모 자금으로, 한때 안전한 공화당 지역구로 여겨졌던 텍사스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반면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는 모금액에서도 팩스턴 공화당 후보를 압도하며 전국적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주에서도 정치자금을 기부받을 수 있는 미국 선거제도 특성상,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는 전국 각지의 민주당 후원자를 겨냥한 모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 섬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 100명 넘는 고액 기부자들이 몰릴 정도로 텍사스 밖에서도 화제가 됐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의 이 같은 자금력과 상승세에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반드시 텍사스에서 이겨야 한다"며 직접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면 텍사스는 결코 내줄 수 없이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11월3일 중간선거 본선까지 이 지역은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