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소청 직제안을 둘러싼 '검찰 부활' 논란이 거세게 확산하자 긴 침묵을 깨고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앞서 그는 '검찰개혁을 넘어 경찰개혁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청래 전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이 검사 정원 유지와 사법통제부 신설 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당 지도부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9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청 직제안과 관련해 "기소권을 충실하게 행사한다는 긍정적 취지 외에 조직을 유지하려는 기득권에 과도함이 없는지에 대한 우려와 지적에 대해 충실하게 국회 차원에서, 국회 단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가역적 검찰개혁이라는 대원칙 하에서 공소청 조직 개편 최종 정리 단계에서 기득권이라는 관점에서 혹시 과도한 조직의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는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법무부의 공소청 직제안이 공개된 지 닷새 만에 나온 처음 나온 언급이다.
앞서 법무부는 4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조직을 폐지하는 대신 공소청을 소추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이 뼈대로 한다. 입법예고 기간은 9일까지다.
하지만 수사 기능이 사라지는데도 현행 검사 정원 2292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의 불송치 사건을 검토해 재수사를 요구하는 '사법통제부'를 전국 지방공소청에 두도록 한 대목이 논란이 됐다.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과 협력·지원을 담당하는 중대범죄전담부도 설치된다.
김 대표는 직제안이 공개되고 사흘 뒤인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개혁에 이어 경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닉·조작 등을 '6대 폐단'으로 규정하고 외부 감사 확대와 부실 수사 책임 강화 등 구체적인 경찰개혁 방안도 열거했다. 그러나 이미 공개돼 있던 공소청 직제안이나 검찰개혁 후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당 안팎에서는 직제안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커졌다.
김 대표가 "살펴보겠다"고 밝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친청(친정청래)계의 이성윤 최고위원은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검찰 업무에서 수사가 빠졌는데 검사 수는 2292명으로 한 명도 줄지 않았고 일반 수사 인력도 6100여 명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간판만 바꾸는 개혁 아니냐는 국민의 거센 비판을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며 "검사가 협력을 내세워 사실상 검사 수사지휘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은 걱정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법률로 축소된 검찰 수사권이 시행령을 통해 다시 확대됐던 사례도 거론했다.
최민희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직제안을 둘러싼 문제제기 가운데 타당한 것이 있다"며 "오늘(9일)까지인 입법예고 의견수렴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김 대표가 직제안을 "살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같은 자리에서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으며 정부에 조치까지 요구한 것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9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소청 직제안에 대한 비판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공식 유튜브 채널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직제안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소청에 중대범죄수사청 등 수사기관과의 협력·지원을 담당하는 중대범죄전담부를 상설 조직으로 두도록 한 데 대해 "말은 협력관계인데 그걸 왜 부서로 만들어서 협력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사건별로 필요한 경우 협력하면 되는데도 별도의 상설 부서를 만드는 것은 "상시적으로 중수청과 하나가 돼서 사실상 한몸으로 움직이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검사장 출신이자 과거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까지 맞물리면 공소청이 중수청 수사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도 사법통제부와 중대범죄전담부 신설을 두고 "소추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수사지휘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제안이 공개된 직후인 7일부터도 여권 인사들의 공개 반발이 이어졌다.
정청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공소청 직제개편(안)에 대한 나의 의견'이라는 글을 올려 "검찰개혁의 대원칙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며 "공소청은 수사에 관한 기능, 인력, 부서, 예산에 대한 여지와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제안이 "공소청의 수사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지 않은 것"이라며 "여차하면 언제든지 검사 수사권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같은 날 검사 정원 2292명을 그대로 유지한 점을 정조준했다. 추 지사는 "수사권한과 기능이 폐지된 만큼 검사의 수도 대폭 축소돼야 마땅하다"며 "몇 명의 검사가, 어떤 직무를 위해, 어떤 근거로 필요한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치와 논리부터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사법통제부 신설에 대해서도 "검찰이 저지른 사법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수사권을 내려놓으면서 스스로가 사법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직제안은 대통령령인 만큼 입법예고가 끝난 뒤에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수정할 수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정부에 어느 수준의 수정을 요구할지도 남은 변수다.
당내에서는 이미 검사 정원 축소부터 수사 인력 재배치, 사법통제부와 중대범죄전담부 재검토까지 구체적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당내 반발이 이어진 뒤에야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이를 실제 직제안 수정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검찰개혁의 마지막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