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신구씨와 박근형씨가 출연하는 사랑의열매 '2026 연중 브랜드광고'가 공개 5주 만에 누적 조회수 6천만 회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광고에는 연기 경력 합산 132년에 이르는 두 배우가 출연한다. 13년 전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던 두 노배우는 그때보다 더 깊어진 주름과 함께 무대 뒤편에 앉아 대사를 잊을까 우려하는 부담감을 여과 없이 나타낸다.
사랑의열매는 "괜찮아, 사람이니까 그런 거야"라는 두 배우의 위로로 효율성과 무결점을 요구받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의 가치를 환기하려고 한다. 관록이 느껴지는 두 배우가 던지는 메시지에 우리는 많은 공감을 하는 듯 하다.
배우 신구 씨와 박근형 씨가 출연한 사랑의열매의 연중 브랜드광고(사진)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인간다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이 광고가 AI 산업 확장 과정에서 효율성에 밀려 사람이 중심에서 밀려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열매
이 광고가 던지는 메시지는 현재 국내 산업계, 특히 첨단 기술의 핵심인 AI 시대 인프라 분야에서 직면한 구조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가장 잘 알려진 방식으로 극대화한 효율성을 상징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단시간에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결과값을 도출한다. 최근 오픈AI의 GPT 새 모델 ‘아스트라’는 인간을 능가하는 AI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고도화된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AI 연산의 핵심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가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하는 배경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전력망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물리적 과정이 AI의 연산 속도와 달리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고 여기에는 인간이라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AI는 가장 효율적 송전망 경로와 비용 대비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즉각적으로 산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부지를 선정하고 송전탑을 건설하는 작업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향한 우려, 치솟는 전력비를 감당하는 일은 기술적 알고리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 밀양 송전탑 사건이나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꽤나 오래된 데이터센터 건립 갈등, 데이터센터 건설을 향한 반대가 정치권을 움직이기 시작한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인프라 확충은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 사이 장기적 설득과 합의 절차를 동반한다.
이 지점에서 속도와 숫자적 효율성만을 강조해 온 기존 인프라 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동안 국가 전력망 확충이나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등의 국책 사업은 행정 편의와 경제적 논리를 최우선에 두고 추진되는 경향이 짙었다.
거주지의 환경 변화와 건강을 우려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 ‘님비’로 치부하거나 보상금 지급이라는 일차원적이고 경제적 해법으로만 무마하려 했다. 이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맥락, 상황을 무시하고 결과값만 도출하려는 AI의 기계적 알고리즘과 다르지 않은 접근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AIDC 특별법을 제정해 국내에서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정부 주도로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만큼 이런 문제는 더 자주, 깊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산업계 안팎에서는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감당하고 미래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빠르게 전력망을 구축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합의' 과정을 'AI의 필요'라는 대의를 앞세워 경시하는 일 역시 지양해야 한다. 우려되는 리스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소통하며 타협점을 찾는 합의를 뒷전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광고 속에서 노배우들이 무결점을 연기하는 대신 인간적 한계를 고백하며 대중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대목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기술의 정점이라는 AI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인간다운 '진정성 있는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리고 답답해 보일지라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뒷받침될 때 더 빠른 속도전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