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한류’를 외치거나 애국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한글의 멋을 디자인에 담고, 익숙한 음식과 문화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포갠다.
K팝과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가 새롭게 만들어낸 한국의 이미지가 일상 속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다.
기업들도 그 흐름을 따라 ‘한국적이다’라는 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에이비씨 한글 한정판’ 제품 이미지. ⓒ롯데웰푸드
◆한국다움을 입는 브랜드
최근 기업들이 한국을 가져오는 방식은 ‘한국산’이라는 출신을 강조하는 데서 벗어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문화와 감각 자체를 상품의 매력으로 바꾸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글은 디자인이 되고, 음식은 문화가 되고, 한국에서 시작된 소비문화는 해외로 수출된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한 ‘에이비씨 한글 한정판’을 선보인다. 알파벳으로 대표되던 초콜릿에 한글을 입혀 한글 자체를 상품의 디자인과 콘텐츠로 활용했다.
농심은 미국 뉴욕에서 한국문화원과 함께 ‘신라면 분식’을 열었다. 라면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분식과 PC방 문화를 함께 경험하도록 해 신라면에 ‘한국에서 먹고 노는 방식’까지 얹었다.
빼빼로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에서 시작된 기념일과 소비문화를 해외로 가져간다. 50여 개국에 진출한 빼빼로를 앞세워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에서 빼빼로데이 글로벌 캠페인을 펼치며, 제품뿐 아니라 한국의 새로운 소비문화까지 알리고 있다.
◆‘애국’보다 가벼워진 한국, 취향이 되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한국적인 것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데 있다. 한국적인 것이 더 이상 ‘우리 것이니까’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보고 즐길 만한 문화가 됐다. 한국을 좋아하는 방식이 가벼워진 셈이다. 예쁘면 쓰고, 맛있으면 먹고, 재미있으면 즐긴다. 그 자연스러운 소비 속에 한국적인 것이 들어왔다.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확산된 한국의 이미지가 음악과 영상에 머물지 않고 음식·패션·디자인 등 일상으로 번지면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한국적인 것은 전통이나 애국을 상징하는 무거운 개념보다 지금 즐기고 공유할 만한 하나의 취향에 가깝다.
한글도 ‘우리 글’이라는 의미를 넘어 독특한 형태와 리듬을 가진 디자인 요소로 소비된다. 한국 음식 역시 전통이라는 틀보다 매운맛이나 길거리 음식처럼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는 문화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을 강조하지 않아도 한국이 보인다
결국 달라진 것은 한국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과거의 마케팅이 ‘우리 것을 지키고 소비하자’는 메시지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한글의 멋과 음식의 맛, 영화와 음악처럼 지금의 한국을 이루는 일상적인 것 자체를 브랜드의 언어로 활용한다.
한국적인 것이 특별해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한국적인 것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태극기를 내거는 대신 한글을 입히고, 애국을 외치는 대신 한국의 문화를 보여준다. ‘애국 마케팅’이라는 오래된 이름 아래, 한국을 파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