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자(NAZA)’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이스라엘군이 2026년 9월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Khan Younis)에서 주민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대피하라고 경고한 뒤 공습을 단행해 한 주택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다큐멘타리 영화 'NAZA'는 이스라엘군의 이런 가자지구 공격을 정면으로 다뤘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는 이스라엘군 내부에서 예상되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나자’를 중심으로 공습 표적 선정과 공격 승인 과정을 추적한다. 영화 나자는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의 공동 연출자 유발 아브라함(Yuval Abraham)과 레이철 조르(Rachel Szor)가 공동 연출했다.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나자는 이스라엘군 내부에서 공격에 따른 민간인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특정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인의 규모를 수치화한 것이다.
영화에는 한 공격의 예상 피해를 ‘나자 20(NAZA 20)’으로 표현했다는 증언도 등장한다. 해당 공격으로 민간인 20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됐다는 의미다. 영화는 이 숫자가 어떤 정보를 토대로 산출되는지, 예상되는 민간인 피해가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살펴본다.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를 사전에 평가하는 것 자체는 이스라엘군만의 관행은 아니다. 국제인도법은 예상되는 민간인 피해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 이익에 비해 과도한 공격을 금지한다. 영화 나자는 이러한 판단이 실제 가자전쟁의 공습 과정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내부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영화에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와 군인 24명이 익명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신원 보호를 위해 얼굴과 목소리를 가린 채 표적 선정과 공격 승인 과정에 대해 증언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기술의 활용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가디언이 전한 영화 내용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휴대전화 통화 패턴 등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특정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표적으로 식별했다는 증언이 담겼다.
영화는 AI가 직접 공격을 결정했는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화된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표적 후보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검토와 최종 승인이 얼마나 실질적인 통제 장치로 기능하는지도 들여다본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나자(NAZA)’의 유발 아브라함(Yuval Abraham)·레이철 조르(Rachel Szor) 감독과 조나단 글레이저(Jonathan Glazer)·제임스 윌슨(James Wilson) 프로듀서가 2026년 9월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포토콜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 제작에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다큐멘터리 부문 가디언 다큐멘터리스(Guardian Documentaries)가 참여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를 제작한 제임스 윌슨이 프로듀서로, 이 작품의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영화의 출발점은 탐사보도다. 가디언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독립매체 플러스972 매거진(+972 Magazine), 로컬 콜(Local Call) 등이 2023년 이후 이어온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표적 선정 시스템 관련 취재 결과가 장편 다큐멘터리로 확장됐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폭격이 시작되기 전, 공격을 가능하게 만드는 정보와 계산의 과정을 들여다본다.
이번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군 내부에서 쓰이던 ‘NAZA’라는 단어도 극장 밖으로 나오게 됐다. ‘NAZA 20’. 불과 일곱 글자와 숫자 두 개로 이뤄진 이 표현에는 특정 공습으로 민간인 20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예상이 담겨 있다. 영화는 그 짧은 군사용어가 실제 전쟁에서 어떤 판단의 언어로 쓰였는지를 80분 동안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