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캐나다가 요르단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정착촌 확장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개인이 포함된다.
그런데 1년 여 전 유엔(UN)은 한국 기업 HD건설기계를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건설 '연루 기업'으로 지목했다.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가 현실화되고, HD건설기계가 포함될 경우 HD건설기계의 글로벌 확장 전략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이 2026년 9월8일 영국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BBC를 포함한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는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제재는 앞으로 6~9개월 이내에 발효될 것으로 예측된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8일 발표한 공동 성명서에서 "국제법상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은 불법이다"며 "따라서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정착촌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정착촌 및 정착촌 형성을 조장하거나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에 관해 집중적인 제재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서에 따르면 이들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 지구에서 체계적으로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고,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대상 폭력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1947년 유엔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모두 인정하자며 지정한 '두 국가 해법'에 이런 행동이 해를 끼치고 있어 경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이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8일 제재 대상에는 건설, 인프라, 금융 또는 부동산을 포함한 정착촌 확장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기업과 개인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은 최근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을 규탄하며 경제 제재 조치를 시행해왔다. 아일랜드, 스페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벨기에는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제품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및 스웨덴도 8일 영국, 캐나다, 프랑스와 함께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관련해 자국 제재를 신설하거나 유럽 차원에서의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년 전 UN 보고관, 정착촌 건설 연루 기업에 HD건설기계 포함 : 회사 측 "판매 안 한다" 강조
이번 제재 대상 목록에 어떤 기업과 개인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전부터 국내 기업 가운데 HD건설기계는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건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UN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은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및 불법 정착촌 건설에 연루된 기업 명단에 HD건설기계를 포함시켰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HD건설기계 장비는 10년이 넘도록 팔레스타인 가옥을 철거하고 농지를 파괴하는데 사용됐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2025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9월~2025년 2월 사이 HD건설기계에서 제작된 장비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소유의 주택, 사업체 및 기타 건축물 59채 철거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몬세 페레르 국제앰네스티 이스라엘 지부 부국장은 "HD건설기계는 이스라엘 내 제품 유통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또한 자사의 사업, 제품, 또는 서비스가 인권 침해를 조장하지 않도록 철저한 실사를 수행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HD건설기계가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의 경제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해외 시장 공략 전략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HD건설기계는 올해 4월 영국 내 영업 네트워크를 영국 동부 및 중부 전역으로 확대했다. 영국 동부 지역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와 건설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기에 유럽 내 탄탄한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캐나다와 경우에도 HD건설기계는 캐나다 광업, 도로 인프라 구축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다. 지난해 굴착기·지게차 등 건설장비를 약 800대 수출했고, 올해에는 약 900대까지 수출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HD건설기계는 이전부터 직접 이스라엘 정부나 군 관계자에게 장비를 판매한 적은 없으며 사용된 중장비는 현지에서 중고로 거래된 물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HD건설기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정착촌 건설 등에 쓰이는 목적으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명기도 해놓고 실제로 현지 딜러가 직접 불법적 판매를 하면 딜러 계약을 해지한다"며 영국·프랑스·캐나다 제재 관련해서는 "기업·개인 목록이 나온 후에야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착촌에 판매를 하지 않고 있고 딜러 역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며 판매 후 어떻게 유통되는지, 어떻게 소유가 바뀌는지는 통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