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대 2455개. 스크린 수만 놓고 보면 비교조차 어려운 숫자지만, '오디세이' 흥행 성적표에서는 27개 아이맥스관이 전체 매출의 약 18%를 책임졌다. 천만 관객을 넘어선 '오디세이'가 보여준 흥행 공식은 이제 단순히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영화를 봤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영화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주말 사흘간 69만83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1002만8003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영화는 호메로스의 장편 전쟁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배경으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현대적 재해석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10여 년에 걸쳐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오디세이'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자, 올해 첫 천만 외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국내 개봉작 중에서는 '인터스텔라'에 이어 두 번째이다.
천만 관객 돌파 이후에도 흥행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오디세이'는 천만 관객을 넘긴 뒤에도 주말 사흘 동안 7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추가했다. 단기간 화제성에 기대 관객을 끌어모은 데 그치지 않고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흥행의 중심에 있는 것은 '특별한 체험'이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상영관에서 관람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의 재관람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관객들의 재관람 비율도 경쟁작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디세이' 개봉일인 지난 8월 5일부터 30일까지 집계된 N차 관람 비율은 CGV 6.3%, 롯데시네마 5.7%였다. 같은 기간 경쟁작 '스파이더맨 : 브랜드 뉴 데이'의 재관람 비율이 2%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관객들이 여러 차례 극장을 찾는 이유 역시 상영 포맷에 따른 색다른 체험을 다시 즐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놀란 감독은 이번 작품을 전편 아이맥스(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고 밝히며 개봉 전부터 아이맥스 관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는데,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도 아이맥스 상영 티켓을 구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특수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과 CGV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까지 아이맥스로 '오디세이'를 관람한 관객은 94만1천 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바타 : 물의 길'의 92만9천 여 명을 넘어선 것으로, 국내 개봉작 가운데 아이맥스 최다 관객 기록이다.
아이맥스관의 매출 비중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오디세이'가 국내 27개 아이맥스관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46억 원으로, 상영 중인 2455개 스크린에서 발생한 수입의 약 18%를 차지했다. 전체 스크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아이맥스관이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 스크린 수가 약 21만 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아이맥스관은 1865개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오디세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아이맥스 상영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은 수의 특수관이 흥행 수익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회차 관람과 특수관 수요는 관객 수뿐 아니라 티켓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오디세이'의 객단가(관객 1인당 평균 티켓 매출)는 1만969원으로, 2026년 주요 흥행작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수관의 높은 관람료와 재관람 수요가 맞물리면서 관객 1인당 티켓 매출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수관의 성장세는 '오디세이' 한 작품에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성장으로 극장 산업 전반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특별관 상영 매출은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6년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특수상영관 매출은 4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3% 증가했다. 증가액은 165억 원이다. 이 가운데 아이맥스 매출은 1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7% 늘었다.
특수관 매출이 전체 극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약 8% 수준이다. 그러나 성장률은 일반 상영관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집에서도 대형 TV와 OTT를 통해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의 가치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업계가 특수관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GV는 앞으로 SCREENX와 4DX 등 기술특별관을 국내외에서 양적·질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