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을 20년 넘게 홀로 키우며 성인 자폐인들의 거처 마련에 앞장서 온 '피터팬 아빠' 전경철 작가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3.
전경철 작가. ⓒ피터팬 제단
정유진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대표는 전 작가가 지난 5일 별세했다고 7일 전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 없이 치러진다.
전 작가는 20년 넘게 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을 홀로 돌봐왔다. 아들은 이제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정신연령이 2~3세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작가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는 자신이 떠난 뒤 홀로 남게 될 아들의 미래를 가장 먼저 걱정했다.
아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전 작가는 1년 넘게 전국의 시설 1천여 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전 작가는 아들의 돌봄처를 찾는 고단한 과정을 콘텐트 플랫폼 '브런치'에 기록했고, 이후 방송에 출연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알렸다. 이후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이어갔고 MBC '실화탐사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독자들의 후원과 응원이 이어진 끝에 아들 제원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마을에 안착할 수 있게 됐다.
아들의 거처를 마련한 뒤에도 전 작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전 작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성인 중증 자폐인을 위한 안식처 '피터팬의 네버랜드'를 만들고자 피터팬자폐인복지재단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전 작가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재단 설립을 이끌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 '안녕, 피터팬'의 인세와 개인 후원금을 모두 재단에 내놓았고, 지난달까지 총 4억4760만원의 설립 자금을 마련했다. 또 재단의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해 생전 10여 개 기업에 제안서를 보냈으며, 이 가운데 복수의 기업과는 유의미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작가는 생전 한 방송에서 "아빠라는 존재를 잊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완전히 잊히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를 따뜻하게 아들을 바라봐 주던 늙은 남자가 있었다는 정도의 희미한 그리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마지막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