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 하나가 인도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시장 전체에 대한 장기 투자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9월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진행했다.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장 의장이 9월4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서로 장기적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회담에서는 양국 간 협력 기회와 함께 인도의 게임·신기술 분야 성장 방안, 특히 인도에서 제작된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크래프톤은 이번 논의가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비크시트 바라트(Viksit Bharat·선진 인도)' 비전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장 의장은 "인도는 게임과 기술, 혁신 전반에 걸쳐 뛰어난 인재를 갖춘 주요 시장"이라며 "크래프톤의 지속적인 투자는 인도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와 인도의 디지털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와 인재 육성 프로그램, 신기술에 대한 집중을 통해 인도의 창작자, 개발자, 창업가들과 함께 전 세계에 통하는 경험과 기술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현재까지 인도에 약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향후 3~4년간 같은 규모인 2억5천만 달러를 추가로 집행해, 모두 약 5억 달러(약 74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네이버·미래에셋과 공동 조성한 6억7천만 달러 규모의 '유니콘 그로스 펀드(UGF)'가 더해진다.
2025년 12월 발표 당시 최대 1조 원 규모로 예고됐던 이 펀드는 크래프톤이 초기 출자금 2천억 원을 넣고 한국·인도 등 아시아 주요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직접 투자와 펀드를 합치면 크래프톤이 인도 생태계에 연결한 자금은 1조 원을 훌쩍 넘어선다.
크래프톤과 인도의 관계는 올해 초에도 부각됐다. 4월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순방 당시 모디 총리가 주최한 경제인 초청 오찬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가 유일한 게임사로 참석한 것이다. 당시 모디 총리는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서 서비스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의 누적 등록 이용자는 2억6천만 명에 이른다.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위상에 오르기까지 크래프톤이 겪은 굴곡은 만만치 않았다.
2020년 9월 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배경으로 중국계 앱 118종을 차단했다. 당시 텐센트가 글로벌 퍼블리싱을 맡고 있던 '펍지 모바일'도 목록에 오르며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에서 퇴출됐다. 크래프톤은 텐센트로부터 인도 퍼블리싱 권한을 회수했지만 차단은 풀리지 않았고, 그해 10월 인도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이후 크래프톤은 인도 시장 전략을 철저히 현지 중심으로 재설계했다. 같은 해 11월 크래프톤 인도 법인을 세웠고, 서버도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인도와 싱가포르로 옮겼다. 이런 재설계를 거쳐 2021년 7월 BGMI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복귀했고, 1년 만에 이용자 1억 명을 넘겼다.
하지만 2022년 7월 인도 정부 지시에 따라 구글과 애플이 BGMI를 앱마켓에서 다시 내렸다. 정부는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는 텐센트가 자회사를 통해 크래프톤 지분을 보유한 점과 게임의 폭력성 논란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크래프톤은 10개월간의 공백 끝에 2023년 5월에야 다시 인도 시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인도에서 겪은 두 번의 중단은 장 의장에게 인도 정부와의 관계가 사업의 존속과 직결된다는 것을 각인시킨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이 이후 인재 육성과 현지 IP 확보에 자원을 쏟은 배경이다.
크래프톤은 인도에 게임 제작과 디지털 창작 전반의 미래 역량을 기르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 'KIGI 아카데미(KIGI Academy)'를 개최한 바 있다. 인도공과대(IIT) 마드라스와 함께 6개월 과정으로 운영하며 첫 교육생 30명을 받았다.
현지 IP 확보에도 나섰다. 인기 시리즈 '리얼 크리켓'을 제작한 인도 스튜디오 '노틸러스 모바일'을 인수하며 현지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인도의 게임 인재와 현지에서 제작된 IP를 키워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