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번엔 실력을 겨뤘다. 무대는 공동묘지, 손에 쥔 것은 삽과 곡괭이였다.
2026년 9월5일 헝가리 니에르제슈이팔루에서 열린 국제 무덤 파기 선수권대회에서 무덤을 파는 사람들이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전날인 5일 헝가리 니에르제슈이팔루의 한 공동묘지에서 ‘국제 무덤 파기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날 참가한 38명의 무덤 파기 전문가들은 저마다 연장을 움켜쥐고 땅을 파고들었다.
대회를 주최한 헝가리 묘지관리·운영자협회는 무덤 파기가 숙련된 기술과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죽음과 장례를 둘러싼 금기와 막연한 거리감을 걷어내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2026년 9월5일 헝가리 니에르제슈이팔루에서 열린 국제 무덤 파기 선수권대회 도중 한 무덤 파기 참가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승부는 녹록지 않았다. 메마른 여름 햇볕에 바싹 굳은 묘지의 땅부터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2인1조로 나선 19개 팀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땀을 쏟아내며 쉴 새 없이 삽과 곡괭이를 놀렸다.
이들의 목표는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반듯하게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땅을 파 만든 구덩이, 즉 ‘묘혈’을 만드는 것이다.
속도만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대회 규정에 따라 깊이 1.6m, 길이 2m, 너비 0.8m의 무덤을 파야 했다. 완성된 무덤의 규격과 형태, 마감 상태까지 꼼꼼한 심사를 거쳤다.
치열한 ‘삽질 경쟁’ 끝에 우승팀은 1시간21분 만에 무덤을 완성했다. 우승한 두 사람에게는 상금 20만 헝가리 포린트(약 90만 원)가 돌아갔다.
2016년 헝가리에서 시작된 이 대회는 해를 거듭하며 해외 참가자들까지 불러 모으는 국제 행사로 외연을 넓혔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대회는 무덤 파기 기술을 겨루는 데 그치지 않고, 각국의 묘지·장례업계 종사자들이 경험과 전문 기술을 나누는 교류의 장으로도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