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 개를 대상으로 2차 지방 이전을 본격 추진한다.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기존 혁신도시(부산·대구·광주전남·울산·강원·충북·전북·경북·경남·제주)를 중심으로 기관을 배치해 2027년부터 이전에 착수한다.
대규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틀을 마련한 뒤 여러 정부를 거쳐 2019년 153개 기관의 1차 이전을 마쳤다. 이후 추가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구체화되지 못했던 '2차 이전'이 다시 실행 단계에 들어서는 셈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운데)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성숙 국무총리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개를 대상으로 1차 이전 당시 적용한 수도권 잔류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 이전 대상 기관을 선정하기로 했다.
구체적 이전 대상 기관과 배치 지역은 올해 4분기 확정한다. 다만 기존 혁신도시의 특화 기능을 고려해 연관 기관을 한데 모으는 방식으로 배치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역별 안배보다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나눠먹기가 아니라 집적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 총리도 이날 "'나눠먹기식' 배분을 지양하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관을 모아 지역 거점의 힘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기관 이전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도 함께 추진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한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부터 2027년 상반기 세종으로 순차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경찰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를 새로 지은 뒤 옮긴다.
정부는 유사하거나 기능이 겹치는 기관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인 109개를 줄이기로 했다. 지방 이전과 함께 공공기관 구조 개편도 추진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왼쪽 세 번째)이 2007년 7월20일 충남 연기군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 기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틀은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됐다. 참여정부는 2004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원칙을 발표한 데 이어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10개 혁신도시 입지를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혁신도시 건설과 실제 기관 이전이 시작됐고,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4~2015년 이전이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은 기관들이 이동하면서 2019년 12월 수도권 소재 153개 공공기관의 1차 이전이 완료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가 이전을 추진하고 윤석열 정부도 2차 이전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전국 단위의 이전 대상과 배치 지역을 확정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이번 발표는 2019년 1차 이전 완료 이후 구체화되지 못했던 2차 대규모 이전을 일정과 원칙이 있는 실행 단계로 올려놓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어느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지는 올해 4분기에야 확정되는 만큼, 지역 간 유치 경쟁과 이전 대상 기관·노동계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