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득 하위 20% 가구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주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아 감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할수록 오히려 혜택에서 소외되는 역진적 구조 속에서, 세금은 새고 정유사만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민생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이 제도의 수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7월31일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9월30일까지 두 달 더 연장했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 등 일부 석유파생연료에 붙는 7개의 세금 및 준조세를 통칭하는 용어다.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시절 6개월 한시 조치로 시작된 유류세 인하는 이제 20차례 넘게 연장되며 사실상 상시 정책이 됐다.
명분은 분명하다. 고유가로 힘든 민생, 특히 서민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류세 인하는 기름을 얼마나 넣느냐에 비례해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문제는 소득이 적을수록 주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4월7일 '소득분위별 교통비 지출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유비를 아예 지출하지 않는 가구의 비율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66.7%, 2분위 37.3%, 3분위 18.6%, 4분위 9.5%, 5분위 4.6%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2025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2324만5980가구)에 단순 대입해 추산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약 465만 가구)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약 310만 가구는 유류세를 아무리 깎아줘도 체감할 수 없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 11월 '에너지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유류세 15% 인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소득 상위 10%는 연평균 15만8천 원의 세금 부담이 완화됐지만, 하위 10%는 1만5천 원에 그쳤다. 열 배 넘는 격차다.
심지어 유류세 인하로 완화된 세금 부담이 가구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고소득층이 더 컸다. 하위 10%는 감면액이 전체 소득의 0.08%에 불과했지만, 상위 10%는 0.22%에 달했다.
서민을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받는 역진적 구조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7월2일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가의 재정 부담을 키우고 고소득층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OECD는 두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흘러가야 할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에 머물렀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7월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유가 담합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담합하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담합으로 결정된 가격을 그대로 추종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천억 원이었으며,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담합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것까지 감안하면 경쟁 제한 효과는 총 26조 원 규모였다.
이에 관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7월15일 '반복되는 유가 위기, 유류세 인하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라는 자료를 내고 "담합 관행 등으로 정책 효과가 서민이 아닌 정유사의 폭리로 흡수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정책 전달 경로가 왜곡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불분명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관행적으로 연장하는 것은 정당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혜영 당시 정의당 의원 역시 2023년 10월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감면한 유류세 가운데 60%가량만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류세 인하는 한계가 명확한 정책"이라며 "세수는 세수대로 포기하고, 이익은 정유사가 가져가면서, 소비자 혜택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이재명 대통령도 유류세 인하 제도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3월10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일률적으로 유류세 부담을 줄이면 양극화 흐름을 막지 못한다"며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원하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발언이 나오고 불과 17일 뒤인 3월27일, 정부의 선택은 이 대통령의 말과 달랐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뛰자 차등 지원이 아니라 오히려 유류세의 인하 폭을 더 넓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