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과 운동장에 모여 함께 뛰는 '러닝 크루' 문화가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속도를 내기보다 부담 없이 천천히 달리는 '슬로우러닝'이 새로운 운동 방식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운동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려는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단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보행 공간을 차지하는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달리기보다 낮은 강도로 천천히 뛰는 '슬로우러닝'이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엑스(X, 옛 트위터)
지난달 31일 엑스(X, 옛 트위터)에는 여러 사람이 일정한 간격과 대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달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참가자들이 하고 있던 운동은 이른바 '슬로우러닝'이다. 슬로우러닝은 정해진 속도나 기록을 목표로 하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낮은 강도로 달리는 방식이다. 함께 뛰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록 향상보다는 오랫동안 꾸준히 운동하는 데 의미를 둔다. 격한 운동에 부담을 느끼는 초보자도 접근하기 쉽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에서도 관련 활동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SNS에는 '슬로우러닝'이나 '슬런' 등의 이름으로 운동 후기를 올리는 글이 늘고 있으며, 함께 달릴 참가자를 찾는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달리기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 가운데 주요 운동 종목으로 '달리기·조깅·마라톤'을 꼽은 비율은 2024년 4.8%에서 2025년 7.7%로 올랐다. 1년 사이 2.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전체 운동 종목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1위는 걷기(41.9%→40.5%), 2위는 보디빌딩(14.6%→17.5%), 3위는 등산(12.1%→17.1%), 4위는 요가·필라테스·태보(8.5%→9.3%), 5위는 수영(6.4%→7.9%) 순이다.
다만 단체 달리기가 늘어나면서 보행자의 이동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여러 명이 좁은 보행로를 나란히 달릴 경우 뒤에서 걷는 사람이 앞질러 가기 어려워지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사람 역시 진로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천천히 이동하는 슬로우러닝의 특성상 특정 구간을 차지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참가 인원이 많거나 대형이 넓을 경우 불편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일부 시설에서는 단체 러닝에 대한 별도의 이용 기준을 마련했다. 서울 서초구는 2024년 10월부터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명 이상이 함께 달릴 때 참가자 간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많은 인원이 트랙 여러 곳을 동시에 이용하거나 큰 소음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시설 이용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별도의 허가 없이 영리 목적의 강습을 진행할 경우 퇴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달리는 행위를 법률로 일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포종합운동장의 '5명 이상 단체 달리기' 관련 기준 역시 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해당 시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이용 원칙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보도와 차도가 분리된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보도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보도에서는 우측 통행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나란히 달리는 행동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고의로 다른 사람의 이동을 막거나, 주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통행 방해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적용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현행법은 특별한 이유 없이 길을 막아 다른 사람에게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1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 대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통행로를 오랜 시간 점유해 다른 사람의 이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각하게 어렵게 만들었다면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문제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순히 지나가는 데 불편을 주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일반교통방해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통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어려운 수준의 방해가 발생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