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오너 일가인 허영인 회장 일가가 2025년 그룹의 지배회사인 상미당홀딩스가 순적자를 냈는데도 거액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SPC그룹 계열사에서는 산업재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오너 일가가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보다는 승계 기반 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계열사 SPL 제빵공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미당홀딩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상미당홀딩스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5조5693억 원, 영업이익 306억 원, 당기순손실 286억 원의 실적을 냈다.
이는 2024년에 견줘 매출액은 0.98%, 영업이익은 64.81% 줄어든 것이다. 순손익은 액수로 따지만 1227억 원이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상미당홀딩스(옛 파리크라상)는 2025년 12월31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파리크라상의 사업부문(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파스쿠찌 등)을 물적분할하고 남은 존속회사다. 이 분할에 따라 SPC그룹은 기존 파리크라상이 삼립, SPL, 샤니 등을 직접 지배하던 구조에서, 지주회사(상미당홀딩스)-사업회사-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로 전바뀌었다.
이번 지배구조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자신의 두 아들인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으로의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상미당홀딩스는 허영인 회장 63.31%, 허진수 부회장 20.33%, 허희수 사장 12.82%,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씨 3.54%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상미당홀딩스는 2025년 실적 기준 연차배당으로 85억 원을 지급했다. 이는 순흑자를 냈던 2024년 78억 원에 견줘 7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배당금은 모두 오너 일가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회사가 순적자를 냈는데도 배당을 늘려 오너 일가의 배를 불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회사인 삼립(옛 SPC삼립)도 오너 일가에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삼립은 2024년 138억 원에 이어 2025년 146억 원을 배당했는데, 2025년 당기순이익(140억 원)이 2024년(865억 원)에 견줘 크게 감소했는데도 배당금을 늘렸다. 2025년 배당금 중 107억 원가량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립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3.59%에 이르는 가운데, 상미당홀딩스가 40.66%, 허영인 회장이 4.64%, 허진수 부회장이 16.31%, 허희수 사장이 11.94%를 들고 있다. 상미당홀딩스가 오너 일가 100% 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오너 일가가 삼립 지분 73.55%를 들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이 실적이 나빠진 상황에서도 배당을 늘린 것을 두고 허 회장 일가가 승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고령(1949년생)인 허 회장의 나이와 그의 높은 상미당홀딩스 지분율(63.31%)을 고려하면, 지분 승계에 갈 길이 먼 상황이다.
◆ 산업안전투자는 미진
오너일가가 배당을 늘리며 승계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정작 현장의 노동자들을 위한 산업안전 투자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5년 5월 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7월 이 공장을 직접 찾아 허영인 회장과 면담한 이후에도 실제 노동자 안전 강화를 위한 실천은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상미당홀딩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 중 현금흐름표 항목 중 ‘유형자산의 취득액’이 2024년 2136억 원에서 2025년 206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또 손익계산서 항목 중 건물·기계장치·시설장치 등의 신규 취득액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모두 산업안전 투자와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항목들이다.
그중에서도 안전설비 확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계장치’의 신규 취득액이 2024년 293억 원에서 2025년 203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훈련비도 2024년 32억 원에서 2025년 3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산업안전 투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직원 안전교육이 실제로는 축소됐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 비용 항목 중 광고선전비, 접대비, 신문도서비는 전년에 견줘 크게 늘어났다. 광고선전비는 781억 원에서 1477억 원으로 89.0%, 접대비는 27억 원에서 36억 원으로 35.7%, 신문도서비는 7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79.4% 각각 증가했다. 이는 회사 쪽이 회사 이미지와 평판 등을 관리하기 위한 비용을 늘렸다는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맨 왼쪽)이 2025년 7월25일 경기 시흥시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오른쪽 네 번째)이 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 노동자 안전사고는 이어져
이처럼 허영인 회장 일가가 승계에 집중하면서 산업안전 투자를 소홀히 하는 사이, SPC그룹 계열사들의 산업재해는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허 회장의 면담이 이뤄진 2025년 7월 이후만 보더라도 2026년 2월 삼립 시화공장 화재사고, 4월 삼립 시화공장 손가락 끼임 및 절단사고, 6월 샤니 대구공장 팔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
삼립 시화공장 화재사고는 2월3일 경기도 시흥시 삼립 시화공장 식빵 제조 라인에서 발생했다. 소방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면서 노동자 540여 명이 대피했고 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옮겨졌다. 해당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고 소화전만 구비돼 있어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삼립 시화공장 끼임 및 손가락 절단사고는 삼립 시화공장 햄버거 빵 생산 라인에서 설비 보수직원들이 컨베이어 벨트 센서 오작동을 정비하던 중 발생했다. 센서 교체 작업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면서 20대 및 30대 노동자의 손이 기계에 끼여, 20대 노동자는 왼손 중지와 약지 일부가, 30대 노동자는 오른손 엄지 일부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긴급 봉합 수술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기계를 정비할 때에는 반드시 메인 전원을 차단하고 운전을 정지해야 하지만, 이날은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를 시도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샤니 대구공장 팔 끼임 사고는 대구 달성군 샤니 대구공장에서 6월10일 발생했다. 베트남 국적의 40대 여성 노동자가 완성된 빵 반죽을 철판에 자동으로 정렬해 주는 ‘자동 패닝 기계’ 작업을 하던 중 오른팔이 기계 실린더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뼈가 노출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자동 패닝기계 등 실린더 설비에는 노동자의 신체가 접근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방호장치(센서나 안전 덮개)가 필수로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해당 설비에서는 이런 안전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산업재해가 계속되면서, 정치권과 노동계의 질타, 반복되는 경영진의 처벌과 안전 강화 약속에도 실제 현장의 변화는 더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는 6월 샤니 대구공장 팔 끼임 사고 이후 성명을 내고 “SPC그룹의 야만적인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재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생산량과 기계 가동률을 우선시하는 SPC그룹의 구조적 문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