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쟁이 격화되면서 캐나다가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 88대 도입 계약 전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025년 3월 취임 직후부터 이 계약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고, 최근 미국과 무역협상 결렬 뒤에는 미국 측이 오히려 캐나다에 'F-35 전투기 구매완결'을 압박카드로 꺼내들면서 논쟁이 재점화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 AP통신=연합뉴스
1일 도이치벨레(DW)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악화가 이번 F-35 전투기 조달 결정과 북극지역 안보전략까지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 8월22일 미국-캐나다 무역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즉시 캐나다산 제품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 원) 상당에 50%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카니 캐나다 총리는 9월8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대해 '달러 대 달러' 방식의 보복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면대응에 나섰다.
이번 갈등 속에서 F-35 전투기 88대 구매계약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체 300억 캐나다달러(한화 29조6천억 원) 규모로 캐나다 안보 강화의 핵심 사업이다. 개발부터 폐기까지 F-35 전투기 구매사업의 전체 생애주기 비용을 739억 캐나다달러(약 73조 원)에 이른다는 추산도 일각에서 나온다.
캐나다가 최근 한국과 논의를 진행했던 신형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의 전체 사업비 약 440억 달러(한화 약 60조 원)였다. 캐나다는 결국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컨소시움 대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선택했다.
참고로 한국은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39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F-35 88대 가운데 16대만 계약 성사, 나머지는 미정
사실 캐나다의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계약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23년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정부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맺은 계약에 따르면, F-35 전투기 88대 가운데 우선 16대에 대해서만 확정 구매의무를 지고 있고 나머지 72대는 아직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은 물량을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등 다른 기종으로 대체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이른바 '혼합 함대' 시나리오가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카니 캐나다 총리가 취임한 직후 지시한 F-35 전투기 구매계약 검토는 원래 2025년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고, 캐나다 회계감사원은 2025년 12월 보고서에서 사업비가 당초 190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77억 달러(약 37조9천억 원)으로 약 50% 증가했다고 지적하면서 계획의 관리부실을 질타했다.
캐나다 의회예산처(PBO)는 이보다 더 나아가 개발부터 폐기까지 F-35 전투기 구매사업의 전체 생애주기 비용을 739억 캐나다달러(약 73조 원)로 추산했다. 이런 비용급증은 캐나다의 전투기 구매계약 재검토 논쟁에 힘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완전한 철회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위원은 캐나다 매체 캐나디안어페어와 나눈 인터뷰에서 "캐나다군은 F-35 전투기 외에도 미국에 다양한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이나 임무 데이터파일 종속 때문에 F-35 전투기 구매계약을 포기해도 근본적 독립성은 확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F-35 스텔스 전투기. ⓒ EPA=연합뉴스
구매계약 무산되면 양쪽 모두 손해
만약 캐나다가 F-35 전투기 구매계약을 축소하거나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로 일부 전환한다면 파장은 군사, 산업, 외교의 세 갈래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군사적으로는 캐나다의 노후한 CF-18 전투기의 교체시점이 더 늦어질 위험이 크다.
필리프 라가세 칼턴대학교 교수는 캐나디안어페어에 "캐나다는 더 이상 여유가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 전투기 도입에 검토가 길어지면 CF-18의 수명이 한계에 이르는 시점과 신규 기종 도입 사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공군사관 미래전연구소의 데이비드 뎁튤라 예비역 중장도 같은 매체에 "F-35 전투기가 스텔스와 센서 처리능력에서 사브의 그리펜 등 경쟁기종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적 측면에서는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 전투기 도입론에 힘이 실린다.
미국 군사전문 매체 19포티파이브는 캐나다가 스웨덴 사브의 그리펜을 도입한다면 캐나다 내부에 최종 조립공장 설립과 1만2600개 일자리 창출, 북극환경에 최적화된 유지보수 체계 등 강한 산업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스웨덴 사브도 캐나다 시장을 겨냥해 생산확대 계획을 밝히면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반면 F-35 전투기 공급망에는 이미 캐나다 기업 110여 곳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캐나다 정부가 F-35 전투기 구매계약을 축소하면 이들 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외교 및 안보동맹 차원의 파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국방부는 올해 5월 캐나다와 함께 진행하는 상설합동방위위원회 운영을 캐나다의 더딘 국방비 증액과 F-35 전투기 구매결정 지연을 이유로 중단하며 압박한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가 F-35 전투기 구매계약을 실제로 축소하면 북미 통합방위체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최종적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