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이 강물을 냉각수로 쓰는 동유럽 원자력발전소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고 있다.
루마니아가 23년 만에 자국의 유일한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헝가리도 유일한 원전인 팍스원전을 44년 만에 완전히 멈춰세웠다.
루마니아 원전 냉각수 확보 위해 다뉴브강에 있는 암반을 폭파하는 모습. ⓒ AP통신=연합뉴스
13일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루마니아 에너지부는 최근 "현재 수문 여건을 감안해 체르나보더 원전 원자로 2호기를 13일부터 통제된 방식으로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체르나보더 원전은 루마니아 전력의 5분의 1을 책임지는 발전소로, 2003년 이후 23년 만에 완전히 멈추게 됐다. 체르나보더 원전은 원자로 2기 가운데 1호기가 7월 말 이미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앞서 루마니아 정부는 남은 2호기를 운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루마니아 정부는 해군을 동원해 다뉴부강 수중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원전 쪽으로 돌렸고, 강바닥을 준설한 뒤 쇄석을 채운 바지선 4척을 가라앉혀 임시 물막이까지 만들었다. 이 작업에 200만 유로(약 32억7천만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다뉴브강이 루마니아로 유입되는 지점의 유량이 초당 1370㎥까지 떨어지면서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자, 결국 2호기도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다.
루마니아 에너지부는 풍력발전을 비롯한 대체 전원과 수입하는 전력으로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책임있는 전력소비'를 당부했다.
다뉴브강 상류의 헝가리는 루마니아보다 먼저 위기를 맞았다.
헝가리의 유일한 원전이자 국가전력의 40% 가량을 담당하는 팍스원전은 7월29일부터 원자로 4기를 순차적으로 멈추기 시작했다. 8월2일에는 44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8월초 오스트리아 유역에 내린 비로 다뉴브강 상류의 수위가 조금씩 반등하면서 팍스원전은 10일부터 정지됐던 발전 터빈을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뉴브강 하류에 위치한 불가리아의 콜조두이 원전은 간신히 정상가동을 유지하고 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8월11일 기준 콜조두이 원전 원자로 2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최소 2주는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강과 발전소를 잇는 수로에 대한 준설작업을 계속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뉴브(독일명칭 도나우)강은 독일 남서부에서 흑해까지 10개 나라를 관통하는 유럽의 젖줄이다. 이 강물을 냉각수로 쓰는 유럽 원전들이 연쇄적으로 가동중단위기에 놓인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강수부족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원자력 발전에 있어 폐기물 처리는 중대한 골칫거리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엔 기후위기에도 취약함이 새로 드러난 셈이다.